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오세훈 그 다음의 인물은…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8.30)
나채훈의 중국산책 /
오세훈 그 다음의 인물은…
“지금 올바르고 성실한 인물은 열 사람이 못 되는데 국내의 관직은 엄청나게 많다. 그러니 올바르고 성실한 인물을 임용하려 하면 그런 인물을 찾기가 몹시 어렵다. 따라서 세상을 어지럽히는 관료가 훨씬 많은 셈이 된다. 고로 현명한 군주는 법(法)을 통일하되 지자(知者)를 구하지 않고 통어술을 엄수하는 사람을 찾지도 않는다.” 이 빼어난 스케일의 지적은 『한비자』의 <오고>편에 나오는 말이다. 얼핏 생각하면 믿음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듯하지만 헤아려 보면 대권의 뜻을 가진 인물이 곧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후보 선택의 가르침으로 유효하지 않을까. 그리고 ‘고소영·강부자’로 회자되었던 MB정권의 지난 인사 관행에 대한 성찰로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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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대에 ‘기’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는 순임금의 신하로 예법을 담당하는 악장(樂長)에 임명됐는데 ‘다리가 하나밖에 없다’고 알려졌었다. 하루는 노(魯)나라 애공이 공자에게 ‘기’가 정말 다리가 하나인 장애인이었느냐고 물었다. 그러니까 다리가 하나인 인물도 군주에게 이익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었느냐는 궁금증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비는 한 가지만으로도 능력이 빼어나면 된다는 걸 강조하고자 이 예를 『한비자』에 실었었다.
공자가 대답했다. “아닙니다. ‘기’는 다리가 하나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인물 됨됨이가 사납고 반항적이며 심술이 많아서 모든 사람들이 그를 극히 싫어했습니다. 그런 인물이었으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았는데 그 까닭은 신의(信義)라는 덕 단 하나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모두들 그의 됨됨이가 고약하지만 하나의 훌륭한 덕목으로 충분하다(皆曰獨此一足矣)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는 다리가 하나(一足)라는 것이 아니라 신의(信義) 하나로 족하다(足矣)는 뜻인 것입니다.”
애공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실이 그렇다면 하나로써 충분했겠구려.” 일설에 의하면 다른 이야기도 있다. 애공이 공자에게 ‘기’의 다리가 하나였냐고 묻자 공자가 대답하기를, “왜 그의 다리가 하나였겠습니까. 그는 이렇다 하게 내세울 만한 재능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다만 음악에 대해서만은 매우 뛰어났습니다. 임금은 그것 하나로 충분하다 하여 악장으로 임명했던 것입니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대권을 가진 인물 앞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는 관료는 결코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객관적인 법(法)과 신상필벌의 술(術)을 사용하면 별다른 재능이 없거나 심성이 고약한 자라 할지라도 한 가지 확실한 덕목만 있다면 쓰기에 따라 뛰어난 능력을 발휘시켜 국가의 이익이 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 경우다. 경영에 있어 최고의 성공은 부하들이 저마다 가진 능력과 장점을 조직 강화에 연결시킬 때 이루어진다. 흔히 말하길 믿을 수 있는 부하는 ‘만에 하나’라고 했다. 중국인들은 계약서를 쓰지 않고 돈이나 물건을 빌려주는 경우가 지구상에서 가장 빈번한 민족이다. 오히려 신용사회라고 하는 서구에서 마치 한비의 지적처럼 불신(不信)하기에 완벽한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닌가.
아무튼 오늘의 정치적 요령으로 풀이하자면 한비의 이야기는 ‘부하를 알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래야만이 못된 일을 미리 파악하고 금지시킬 수 있다. 못된 짓이 아직 번지기 전에 막으면 크게 확대되지 않는 법이다. 못된 짓이 번지지 않으면 민심이 결코 떠나지 않는다. 또 부하의 사정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으면 공(公)과 사(私)의 구분이 바르게 선다. 그리고 패거리 정치를 막을 수 있게 된다. 그리하면 훌륭한 인재들이 접근하기가 용이해지고 작당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는 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리되면 상법(商法)도 분명해져서 백성들이 부지런히 일하게 되므로 국가가 부흥할 것이다.”
중국 개방경제의 설계사 등소평은 ‘아래를 알라’고 수없이 강조했었다. 부하를 알고, 백성의 사정을 알고, 생산이 이루어지는 현장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대권 후보들의 싱크탱크에서 수많은 참모들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전략을 수립하느라 바쁠 것이다. 그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제대로 알고 공천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나채훈(중국역사문화연구소장)
2011년 08월 30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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