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중추월(仲秋月)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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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9. 8)
원현린 칼럼 /
중추월(仲秋月)
“저녁구름 걷히자 맑고 차가운 기운 넘치고, 은하수 소리 없이 쟁반에 옥을 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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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오늘 이 밤, 늘 이대로가 아닐 진대, 내년에는 저 밝은 달을 또 어디에서 볼 것인가.”- 暮雲收盡 溢淸寒 (모운수진 일청한), 銀漢無聲 轉玉盤 (은한무성 전옥반). 此生此夜 不長好 (차생차야 불장호), 明年明月 何處看 (명년명월 하처간). -
“한가위라 구름 길 깨끗하고, 바퀴 같이 둥근 달 희기도 하여라. 흥겨우면 붓을 대고, 탐내어 보아도 돈도 들지 않는구나.
주렴으로 들어온 빛 부서져, 창에 들면 그림자 곱기도 하여라. 잠깐 만이라도 방해 말아라, 오늘 같은 밤은 또 일 년 뒤라야 하네.”
- 中秋雲路淨(중추운로정), 皎皎一輪圓(교교일륜원). 逸興只輸筆(일흥지수필), 耽看不用錢(탐간부용전). 穿簾光?碎(천염광쇄쇄), 入戶影姸娟(입호영연연). 遮莫須臾玩(차막수유완), 今宵隔一年(금소격일년). -
필자는 언제부터인가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예전에 한 문우(文友)와 주고받았던 두 문장이 떠오른다. 그 하나는 앞의 시문으로 중국 북송 문인 동파거사(東坡居士) 소식(蘇軾)의 ‘중추월(仲秋月)’이고, 다른 하나는 뒤의 문장으로 조선조 후기 실학자 형암(炯庵) 이덕무(李德懋)의 같은 제하(題下)의 시다. 두 문장 모두 가을 달을 노래한 숱한 시문 가운데 가히 백미(白眉)라 할 만하다.
이밖에도 맑은 가을 하늘 밤 둥 두렷이 떠 있는 추월(秋月)을 예찬한 문장은 많다. 달에서 놀았던 이태백은 가을 달밤의 정취를 마음껏 즐겼다. 그는 장안을 떠나 금릉성 서쪽 누대에 올라 “흰 구름 물에 비추고 가을 성(城)그림자 일렁이는데, 흰 이슬 구슬처럼 맺혀 가을달 물에 비추네” - 백운영수요추성(白雲映水搖秋城), 백로수주적추월(白露垂珠滴秋月)-하고 읊조렸다. 도연명도 그의 ‘사계(四季)’에서 “가을 달은 그 밝음을 드날린다.” - 추월양명휘(秋月揚明輝) -’고 했다. 조선의 권사는 “시냇물에 비친 가을 달빛은 고요하다” - 추월천광정(秋月川光靜)- 했다.
가을이라 하여 이처럼 누구나가 문장을 짓고 시를 읊조리며 낭만을 구가했던 것은 아니다. 생활이 곤궁했던 두보는 초가집이 가을바람에 무너진 것을 놓고 “팔월이라 가을이 깊고 바람 사납게 불어 우리지붕 삼중 이엉 말아 올렸네. 이엉이 날아가 강을 건너 강가에 뿌려지니 높은 것은 긴 숲의 나뭇가지 위에 걸렸고 낮은 것은 바람에 나부껴 돌다가 웅덩이에 빠졌네.”하고 비탄에 젖기도 했다. 두보는 가난 때문에 지독한 가을을 앓았다. 마치 지난 번 우리가 당한 태풍 피해를 대변한 글인 듯하다.
농경사회에서 보름달은 풍요와 다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똑 같은 한가위 보름달도 처한 입장과 환경에 따라 누구에게는 일그러져 보이고 누구에게는 쟁반같이 둥근달로 보일게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가을이다. 가을이 여름을 밀쳐낸 것이다. 추수동장(秋收冬藏)이라 했다. 가을 다음에는 겨울이 온다. 가을에 곡식을 거두어 들여 겨울 양식을 준비해야 하겠다. 지난여름에 입은 수해도 서둘러 복구를 마쳐야 하겠다.
올 여름은 지루한 장마 탓으로 하늘을 원망했을 것이다. 그래도 고마운 하늘이다. 곡식이 익으라고 다시 따사로운 가을 햇볕을 내려주고 있다.
언제나 구도자와 같은 경건함을 지녔던 20세기 독일의 시인 R.M.릴케는 그의 시 ‘가을날’에서 - 여름은 참으로 길었습니다. - 중략 - 마지막 과실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南國)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소서! - 하고 가을을 구가했다.
어디서 불어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시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내일 저녁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 된다. 온갖 시름 다 잊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가을의 풍성함을 누리고 나누는 추석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2011년 09월 08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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