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대망의 봉황이 과연 나타날까(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9.20)
나채훈의 중국산책 /
대망의 봉황이 과연 나타날까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연휴 기간에 나눈 이야기 가운데 근래 정치권에 급부상한 안철수 대학원장에 관한 것이 열기를 띠었다. ‘절대로 출마해서는 안 된다. 야합과 꼼수의 정치판에 안 원장처럼 깨끗한 인사가 발을 담가서는 실망스러운 일이다’는 이른바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아니다. 더 이상 정치에 절망할 수 없다. 안 원장처럼 깨끗하고 유능한 영웅이 나서서 일거에 판갈이를 해야 한다’는 새 인물 대망론(大望論)이 맞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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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대한 일반의 불신은 분명하지만 과연 안 원장 출마를 권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안 원장 스스로 어떤 권력의지를 갖고 있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 관건일 터다. 이런 점에서 소설 삼국연의에 나오는 조조와 유비의 영웅에 대한 담소는 한 번쯤 음미해 볼만 하다.
그들은 승천하는 용처럼 솟구치는 구름 모습을 보면서 조조가 “용은 영웅에 비교되지요. 영웅이란 가슴에 큰 뜻을 품고(胸懷大志), 뱃속에 뛰어난 계책(腹有良謨)을 간직한 자라야 한다”고 말하는데 유비는 “세상에 과연 그런 인물이 있겠느냐”고 되묻는 장면이다. 당시 조조는 천자(헌제)를 자기 근거지에 모셔놓고 이름깨나 있는 모사·장수를 무수히 휘하에 거느린 대군벌, 유비는 의형제 관우·장비 두 사람 외에는 측근 하나없이 소일하는 식객 처지였다. 그랬는데 조조는 서슴없이 유비를 가리키고 나서 자신을 가리키며 “오늘날 천하의 영웅은 그대와 나뿐이오” 하고 단정지었다. 이 소리에 유비가 놀라 들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렸다고 하지만 아무튼 영웅이 영웅을 알아본다고 할까. 이 이야기 직전에 유비는 당시 각지에 자리잡고 호시탐탐하던 여러 군벌들 이름을 대며 ‘그들이 영웅이 아닐까요?’ 하고 조조에게 말했었다. 당대의 거물들이었다.
수많은 군사를 거느리고 곡창지대를 장악한 회남의 원술, 4대에 걸쳐 최고의 벼슬을 지낸 명문가의 후예로 뛰어난 모사와 장수를 거느렸던 북방의 원소, 젊은 시절 천하에 명성을 알렸고 당시 형주의 지배자였던 유표, 강동 땅에 새로운 실력자에 등장한 소패왕 손책, 그리고 지방에서 세력을 구축하고 있던 유장·장수·장로·한수 등등. 그러자 조조는 웃으면서 “그들은 그저 녹록한 소인들이라 족히 말할 것도 못된다”며 일축했었다.
여기서 영웅을 용(龍)에 빗댔는데, 봉황(鳳凰)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대통령 문장이 바로 봉황인 것처럼 중국에서도 일찍부터 용과 봉황은 제왕의 상징으로 꼽혔다. 약간의 격은 달리 하지만 모두가 상서로운 동물이고 신비의 존재로 ‘나라에 올바른 도리와 다스림의 명분이 있으면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렇지 않으면 몸을 숨긴다’고 해왔다.
봉황의 모습은 열 가지 짐승의 좋은 형상을 고루 갖추고 있는 명군의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앞에서 보면 군신(君臣)의 의(義)를 상징하는 기러기 모습이고, 뒤에서 보면 어진 군주(仁君)를 뜻하는 기린의 모습, 인후는 하늘의 마음(天心)을 전하는 제비, 입부리는 새벽이 왔음을 알리는 닭의 부리, 목덜미는 풍년과 다산(多産)을 가져오는 뱀, 꼬리는 물고기의 지느러미 같은데 잠을 자도 눈을 뜨고 있다는 점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심(軍心)을 의미하며, 이마는 결백하고 장수하는 황새, 머리에 쓴 화관은 원앙의 수놈, 몸의 줄무늬는 자유자재로 신축하는 용, 등은 재앙을 쫓고 앞 일을 예견하는 거북이와 같다. 한마디로 ‘원리원칙을 알고, 신하들의 직언을 소중히 여기며, 모범적으로 처신하고 백성들을 보살피는 군주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 된다.
중국인들이 8월 추석에 즐겨 먹는 월병(月餠)에 들어가는 오동나무의 씨 역시 봉황과 관계가 있다. 봉황이 내려앉는 유일한 나무가 바로 오동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은연중 봉황의 출현을 기대하며 혹시라도 자신들이 먹는 월병에 봉황의 그림자라도 스쳐갔기를 기원하고 있는 것이다.
한 해의 결실을 감사히 받아들이고 피붙이들이 함께 모여 조상을 기리며 둥근 달에 소망을 빌어보는 올해의 추석에는 화두에 그치고 말았지만, 이제 대망의 봉황 문장을 두고 그저 녹록한 소인들이나 큰 뜻과 좋은 계책으로 이 나라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영웅들의 한판 승부는 본격화되는 시점이 다가왔다. 진정한 봉황의 주인이 과연 나타날 것인가?
2011년 09월 20일 (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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