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하늘과 벌이는 재앙의 책임 공방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8. 4)
원현린 칼럼 /
하늘과 벌이는 재앙의 책임 공방
요임금(堯帝)이 물었다. “홍수가 나 산봉우리와 높은 지대가 물속에 잠기고 하늘을 뒤 덮을 듯한 지경이 되어 백성들이 깊은 시름에 잠겨 있는데 누가 이를 다스릴 수 있겠소?”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모두들 곤(魚玄)을 천거했다. 요임금은 곤을 등용하였고 곤은 9년 동안 치수(治水)에 진력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요임금은 또 다시 “명망있는 귀족들이나 능력은 있으나 은둔하고 있는 사람을 천거해보라”고 말하니 모두 순(舜)을 천거했다. 순은 정사를 잘 보아 요로부터 천하를 물려받아 제위에 올랐다.
훗날 순임금(舜帝)도 전에 요임금이 물었던 것처럼 “누가 요임금의 위업을 계승하여 더욱 발전시킬 만한 사람이겠소?”하고 인물을 천거토록 했다.
순임금은 모두의 천거에 따라 앞서 치수에 실패한 곤의 아들 우(禹)를 물과 토양을 다스리는 사공(司空)의 관직에 임명했다.
치산치수(治山治水)라는 막중대사 수행을 명받은 우는 활발히 사업을 펼쳐나갔다. 그는 아홉 산맥을 개발하여 다스렸고, 아홉 강의 흐름을 원활히 소통시켰다. 그리하여 천지사방 구석진 곳까지 어디나 사람들이 편안히 살 수 있게 되었다. 나라의 모든 산들이 개발되어 다스려지게 되었으며 모든 강물의 발원지부터 물꼬를 터서 강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니 물길이 막힐 염려가 없게 되었다. 또 모든 호수에 제방을 쌓아 안전하게 물을 가두어 두었다. 순임금은 우를 하늘에 천거하여 천자의 자리를 이어받도록 했다.
‘치산치수’하면 흔히 예로 드는 것이 기술한 중국의 전설적인 성제(聖帝), 요순(堯舜)이야기다. 중국은 자고이래로 양쯔 강과 황허와 같은 대하(大河)가 있어 홍수만 지면 큰 물난리를 겪곤 해 왔다. 때문에 물을 잘 다스리는 자 왕이 된다 했다.
지난 주 한반도에 집중폭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나는 등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냈다. 여름철 산사태의 원인을 분석해보면 상당수가 산을 건드려놓아 토사가 흘러내리는 인재가 대부분이다. 산자수려하여 풍광 좋은 산자락은 펜션이니 호텔이니 하여 마구 짓는바람에 다 잘려 나갔다.
우리에게는 산과 물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로운 자가 그렇게도 없는가? 지금 우리는 자연을 훼손한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홍수와 태풍으로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있다. 이제는 연례행사가 되다시피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가득차면 흘러넘처 아래로 임한다. 이것이 물의 속성이고 자연의 법칙이다.
‘자연(自然)’을 풀이하면 “인간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그대로의 현상과 그에 따른 물질 산, 바다, 호수와 같은 환경”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있을 때 자연이다. 인공을 가미하면 그 땐 이미 자연이 아니다.
하늘은 그냥 있을 뿐이다. 어떻게 있느냐고 물어도 자연 상태대로 그냥 있는 것이다. 자연은 말이 없다. 그런데도 인간은 스스로 저지른 자연훼손 행위 결과에서 비롯된 사건을 놓고 천재(天災)니 인재(人災)니 하고 감히 하늘과 재앙의 책임 공방을 벌이곤 한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어리석은 것이다. 수해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때맞추어 내려진 “산사태나 침수위험을 이유로 산지 건축허가를 불허한 것은 적법하다”라는 한 고등법원의 판결은 옳았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대형사고가 하나부터 열까지 인재가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천재지변이니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공직자가 한 둘이 아니다. 황폐화되어가는 자연을 지키고 정화하지는 못할망정 마구 헤집고 파헤쳐 훼손해서는 안 되겠다.
자연을 거스른 대가가 너무 크다. “순천(順天)자는 존(存)하고 역천(逆天)자는 망(亡)한다”했다. 새삼 하늘의 뜻, ‘천명(天命)’이 떠오른다.
2011년 08월 04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