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이경호(67회) 인천경제콘서트/정치와 사업의 동위개념(同位槪念)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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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1. 8.10)
인천경제콘서트 /
정치와 사업의 동위개념(同位槪念)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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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이사
이번 휴가는 망설이지 않고 가족과 함께 동해안을 찾았다. 굳이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교통이 혼잡한 곳을 갈 것이냐는 의문과는 상관없이 어머니와 이모님 두 분을 모시고 많이 변화된 동해안의 모습과 볼거리를, 지금처럼 건강하실 때 모시고 싶었을 뿐이다. 게다가 집사람이 이의를 달지 않았고 막 공부를 마치고 귀국해 회사에 참여한 아들도 기꺼이 동참해 줌도 다행이었다. 다만 모처럼의 가족여행에 웬 책을 그렇게 많이 갖고 가냐는 힐난이 있었지만 그러면 어떠랴, 길 막히면 느긋하게 책을 펴보면 될 것이고 또한 방구석에서 파도소리 들으며 독서삼매경에 빠져보는 희열도 맛볼 수 있을 터인데 말이다.
준비해간 열 권이 넘는 책 가운데 송영길 인천시장의 ‘벽을 문으로’란 책이 먼저 손에 잡혔다. 얼마전 채드윅 스쿨, 이른바 송도국제학교의 설립 시부터 헌신해 온 허운나 고문에게서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 받은 책이었다. 사실 나는 280만 인구에 달하는 대한민국의 3대 도시인 우리 인천을 이끌어 가고 있는 수장이 최근에 발간한 책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음에 다소 당황하고 부끄러움을 느꼈었다. 당연히 개인적으로는 사업과 정치에 대해선 불가근불가원 원칙을 지켜왔고 또한 당연시 해 온 것이다. 예컨대 2002년의 10월 당시 50대 중반이었던 나를 1년간 외국인연구원으로 승인해 준 와세다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의 학장이신 고토 켄이치 교수한테서의 첫 대면시, 한국의 여러 정치인들의 이름을 물어왔을 때 정말 전혀 모르는 이름들뿐이었다. 그래서 그저 줄곧 모른다 했더니만 ‘그래선 어떻게 회사를 크게 키울 수 있는가’ 하는 게 아닌가. 고토 선생께서는 정치학을 전공하니까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다 생각하곤 나는 ‘그래서인지 몰라도 중소기업으로만 경영하게 될 것’이라 퉁명하게 대답한 적도 있었다.
사실 무엇보다 농사를 열심히 짓는 분들이 계셔야 하고, 미래를 짊어질 어린이를 훌륭하게 가르치는 선생님, 연구와 개발에 몰두하는 과학자, 삶과 인간의 정신을 맑게 하고 풍부하게 해주는 각 분야의 예술가, 이윤과 일자리 창출과 멘토 역할을 하는 사업가, 국민과 국가의 향상을 위해 의견을 조정하며 사회를 유지ㆍ보존 발전시켜 나가는 정치인 등 각자의 역할에 우선 충실해야 함은 이미 모두가 아는 바와 같지 않은가. 내 일에도 할 것이 많고 시간도 부족한데 우리들은 너무 정치에 관심과 표현에 지나치게 할애하고 있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정치적 무관심의 의미와는 별도로 하고 말이다.
어쨌든 우리 수장의 저서이자 자서전인 이 책을 보면서 성장과정, 학창시절, 학생 민주화운동, 집시법 위반 등으로 옥살이, 사법고시를 통한 노동ㆍ인권변호사로 활동, 그 후로의 정치활동과 대북관, 경제 및 사회에 관한 새로운 세상에 관한 의견들을 토로함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현 정치인들이 과거 학생운동과 정치행보 과정에서의 많은 고초, 주위의 죽음, 시련과 성공들은 오직 그들의 고통만이 아니고 어쩌면 사업과도 닮았다고 보인다. 동기동창이던 한 제재소 사장은 경영난에 고심하다 공장에서 목메달았던 사실이 있었고 원자재 파동이나 IMF 관리체제 시 부도 등으로 옥살이는 물론이고 가족이 길거리로 주저앉게 된 경위가 무수히 우리 주위에 있어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돈방석이나 권력과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자금회전의 어려움, 대기업의 횡포, 수입제품과의 힘든 싸움, 종업원의 어려운 채용과 이탈, 사회의 전통적인 제조업에 대한 무관심과 몰이해, 공장 내의 사고 가능성 등 언제나 노심초사하는 것이 중소기업인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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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송 시장의 글을 선전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지역사회에서 직ㆍ간접으로 업무를 담당하거나 관심을 두고 있는 우리들로서는 현 송 시장의 책은 물론이거니와 인천지역 여러 원로들의 저서들을 한번쯤은 짬을 내 일독하기를 권함에 있어 무엇을 망설이겠는가. 송 시장의 이 책 말미에 이순신의 시 한 구절로써 맺음을 했는데 맹자 고자(告子)에 있는 ‘하늘의 뜻’으로 화답하면서 우리 경제인과 사업가들도 더욱 힘내시기 바란다. 天將降大任于是人也(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리려 함에 있어), 必先苦其心志, 勞苦其筋骨(반드시 먼저 그 심지를 괴롭히고 그 살과 뼈를 노고롭게 한다).
2011년 08월 08일 (월) 13: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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