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장쩌민(江澤民)의 퇴장이 주는 의미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7.15)
나채훈의 중국산책 /
장쩌민(江澤民)의 퇴장이 주는 의미
중국 대륙에 개방 경제의 물꼬를 튼 덩샤오핑(鄧小平)이라는 작은 거인의 가르침에 따라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자세를 충실히 수행한 후계자가 장쩌민이었다. 한마디로 중국이 경제·군사 대국으로 커질 때까지 몸을 낮추라는 유언에 가까운 교시(敎示)를 금과옥조처럼 받들었던 것이다. 그는 이웃 나라와 충돌하지 않았고 특히 미국과 유럽에 대해서 작은 갈등이라도 애써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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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들이 머리를 숙인 까닭은 경제 발전을 이루기 전에 미국을 위시한 서구 세력에 압살될 수 있음을 예견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다 큰 이유는 베이징 중앙정부가 강남 지방에 대한 확고한 통제력이 자리잡기 전에 경제 성장이 멈추게 되면 공산당의 국가 체제가 와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었다.
- 중국인이 부자가 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반체제 운동을 막을 수 있는 최고의 해독제는 바로 돈이다.-
덩샤오핑의 장녀 덩린(鄧林)의 말처럼 중국 경제가 매해 9% 성장해야 사회 안정의 토대가 굳어진다는 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도광양회 정책이 유지되어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많이 달라졌다. 지난번 남중국해의 센카구 열도 분쟁에서 보듯이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니라 거의 도발 수준의 자세를 취했고 결과적으로 일본의 양보를 얻어 냈었다. 중국의 현실론적 전략가들은 당당하게 단언하고 있다. “중국의 국력이 향상되면 권한도 자연히 요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은 ‘권(權)’과 ‘력(力)’이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화평굴기(和平?起)의 흐름으로 도광양회를 대체할 때가 되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이다. 화평굴기도 그렇다. 자신의 실력을 숨기기보다는 당당하게 내놓고 세계화라는 큰 물결 속에서 과시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원래는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공산당 이론가인 정비젠(鄭必堅) 교수의 개인적 아이디어였다. 물론 그런 주장의 이면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부분이 있었다. 중화부흥(中華復興)의 자신감을 내비쳤다는 사실이다.
요즘 장쩌민의 중병설, 심지어는 사망설까지 돌고 있다. 원래 공산당 수뇌의 사망 혹은 권좌 이동에 대해서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 온 것은 사실이나 이번 경우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 그대로일 것이나 결국 덩샤오핑과 장쩌민 시대의 완전한 종료라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나 이해를 다시 한번쯤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중국은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 폭정의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다. 그것도 사회 전 분야를 꼼짝도 못하게 단단히 억압하는 지독한 폭정이었다. 그래서 시대마다 전임자는 일정 기간 격하운동이 일어나고 얼마 후에 다시 전 인민을 단결시키는 통일의 표상으로 부상시키는 일이 빈번하게 이루어져 왔다. 천안문 광장에 걸려 있는 신중국의 건설자 마오쩌둥 역시 이런 과정을 걸었다. 사후, 유일하게 소소한 비판을 받은 인물은 덩샤오핑뿐이었다. 그는 후계자 장쩌민과 한 묶음의 권력자였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의 지도자들은 매우 교양이 있고 국제적 감각이 뛰어나며 원자바오 총리처럼 인민의 사랑을 받는 관용의 정치인으로 손꼽히지만, 중국은 오랜 역사 동안 지도부가 우유부단한 태도나 인민에 대한 동정심을 보여서 득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경험했고, 이 역사적 경험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장쩌민의 사후 역시 그런 흐름과 별로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을 것이며, 지금의 중국은 시속 2백㎞로 맹렬히 돌진하는 고속열차와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운전을 하고 있는가 따져 볼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열차가 궤도 위에 있는 한 기관사가 누군인가에 대해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 중국은 지도자와 상관없이 달리고 있다. 당의 통치력과 사회 기강의 확립을 위해 채찍질이 있을 뿐이다. 인민들은 오로지 돈을 버는 대열에 서 있다. 주변국들을 포함 세계의 어느 나라가 격려하든 안 하든, 협조가 있든 없든 중국은 세계 대국을 향해 총진격할 것이고 그들의 방식이 더 치열해지리라는 것이 분명해진 오늘이다.
나채훈(중국역사문화연구소장)
2011년 07월 15일 (금)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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