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치국(治國)은 제가(齊家)다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8.11)
원현린 칼럼/
치국(治國)은 제가(齊家)다
부분 개각(改閣)이 잦자 이에 따라 새로 임명되는 장관 등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요 며칠 동안 검찰총장 후보와 법무부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관심을 모았다. 전에도 으레 그래 왔듯이 이번 청문회에서도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병역문제 등에 인사검증 초점이 맞춰졌다.
<?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공직자들은 높은 자리에 앉아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나서는 인사들이다. 하나같이 고위공직자들이다.
예전에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그 나라를 다스리고, 그 나라를 다스리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그 집을 정돈하고, 그 집을 정돈하려고 하는 사람은 먼저 그 몸을 닦으라 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이다.
수신이 안 된 자 제가를 할 수 없고, 제가를 하지 못하는 자 치국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자녀 학교입학을 위한 것이라면 위장전입이라 하더라도 위법이라 생각하지 아니하고, 부동산 다운계약서를 작성하고서도 잘못됐다 생각하지 아니하고, 병역법을 위반했는데도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이 나라를 다스리겠다고 한다. 언어도단이다.
과거 행적이 낱낱이 밝혀지는 인사청문회는 후보자를 나신(裸身)으로 만든다. 인사청문회 자리는 그 만큼 고위공직 후보가, 살아온 과정이 깨끗하고 맑아야 자신 있게 설 수 있는 자리다. 투명한 거울 앞에 서는 것과 같다.
정승·판서와 그에 준하는 자리다. 자신이 없으면 사양하면 그 뿐이다. 지금은 임명권자의 뜻을 어기면 안 되었던 과거 군주시대도 아니다. 필자는 근자들어 그 누구든 벼슬자리를 놓고 조정에서 부르면 마다하는 예를 보질 못했다. 대학에서 학문을 하는 학자에 이르기 까지.
중국의 여황제 측천무후를 세우는데 공을 세운 허경종은 “정상적으로는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라고까지 했다. 이들에게는 ‘정의(正義)는 언젠가 이긴다.’라는 얘기 따위는 역사가들의 붓끝에서나 놀리는 이야기로 들린다.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비리를 보고 혹자는 쾌재를 부르기도 하고, 또 다른 혹자는 ‘초록은 동색’이라 하여 안타까워하는 인사들도 있으리라.
청문회에 앞서 질의에 나설 청문위원들에 대해 ‘그대는 떳떳한가?’를 먼저 검증하는 청문위원 자격검증이 선행되어야 하겠다. 청문회는 정치 인재(人材)로서의 자격을 검증하는 자리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누구를 탓하는가?”라는 질문을 가능케 한다.
청문회 위원들은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국회의원이니 국민의 대표성은 띄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미덥지가 못해 하는 말이다. 청문회 과정을 시청하다보면 여당 측 위원은 봐주기 식 질문으로 일관하다가 주어진 시간을 다 소진하여 마이크가 꺼지면 그만이다. 반면 야당 측 위원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마구 몰아세우다가 이렇다 할 소득도 없이 청문회를 마치는 예를 우리는 흔히 본다.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다.
인연설과 인과관계론이 새삼 떠오른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후보들은 영원히 묻혀버릴 줄 알았던 비리사실이 드러날 때마다 “법은 나를 비켜가지 않는구나.”라고 한탄하곤 했을 것이다. 설마 했을 것이다.
청문회에 나오는 후보들은 법치를 통해 정치를 하겠다는 관료들이다. 매 청문회마다 들어보면 이들은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극히 간단한 사실조차 정작 자신들은 모르고 있는 듯하여 연민의 정까지 느낀다.
스스로에게 엄격하라 했다. 내 마음이 바르지 않고서는 남을 가르치고 좋은 길로 인도할 수가 없다. 작은 법규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큰 법을 지키겠는가. 치자(治者)가 지키지 않는 법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지키라고 할 것인가.
부정행위 당시 스스로 행하는 행위가 옳지 못하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약간의 법을 어겨도 무방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훗날 자신이 장관 후보로서 청문회에 서게 되는 신분이 될 것이라는 것을 내다보지 못하고 소탐대실한 것이다.
우리에겐 그렇게도 흠결 없는 청렴인사가 없는가. 우리 사회 환경이 그런 풍토인가.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나라를 다스림이 그 집을 바르게 하는 것에 있다 -치국(治國)은 재제기가(在齊其家)라.-”는 옛글은 맞는 말이다.
2011년 08월 11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