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썩은 나무로는 도장을 새길 수 없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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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6.23)
원현린 칼럼/
썩은 나무로는 도장을 새길 수 없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라는 단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 땅에 대한 욕심 많은 농부 바흠에게 어느 날 기회가 찾아온다. 촌장으로부터 1천 루블만 내면 하루 동안 걸어 돌아온 땅을 몽땅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것이다. 다만, 반드시 해가 떨어지기 전에 자신이 출발했던 원래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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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는 촌장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아침 해가 뜨는 것을 기다려 출발했다. 하루 동안에 걸어서 돌아오면 그 땅은 모두 자신의 것이 된다는 말에 바흠은 욕심을 내기 시작하여 멀리까지 걸어갔다. 해가 넘어가기 시작하자 뒤늦게 늦은 것을 깨닫고 목적지까지 뛰어 겨우 돌아 왔으나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만다.
바흠의 하인은 괭이를 들고 주인을 위해 구덩이를 팠다. 그 구덩이는 바흠의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정확하게 3아르신(2.1m)만큼의 땅이었다. 그는 그렇게 거기에 묻혔다.-
바다는 메울 수 있어도 인간의 욕심은 메울 수 없다 했던가. 수미산(황금과 은, 유리, 수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계의 중심에 솟아 있다는 상상의 산)을 다 갈아먹어도 채울 수 없는 것이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다. 금은보화로 사방 40리에 달하는 성곽을 꽉 채운다 해도 모자라하는 것이 탐욕스러운 인간이다. 이처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일반 좀도둑들은 한 두 사람에게만 피해를 주지만 공직비리를 저질러 나라 곳간을 축내는 탐관오리들은 국민전체에 대해 피해를 준다. 피해지역 또한 헌법상 대한민국의 영토인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에 미친다.
이들의 신분이야말로 공직자가 아니라 ‘공공의 적’이라 해야 옳을 것이다.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대다수의 기사들도 따지고 보면 ‘탐욕’에서 비롯된 내용들이다. ‘000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공직비리 한계 넘어’, ‘정관계 인사 연루’, ‘검찰과 경찰 수사권 놓고 갈등’, ‘현직 부장판사 수뢰혐의 기소’ 등등이 그것이다. 신문 제목 모두가 과욕이 부른 결과물들이다.
이틀 전 100세 이상 고령자가 늘고 있다는 통계 발표가 있었다. 장수노인들의 공통점이 기름지지 않은 채소에 적게 먹는 소식(小食)이었다. 하지만 공직자들의 식습관과 식사량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급의 국세청 직원이 2억 원의 뇌물을 받아먹는 등 식탐이 도를 넘고 있다. 타 죽고 또 타 죽어도 끝없이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그렇게 짧게 생을 마감하려 하는 미욱한 공직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저간의 공직사회가 마치 범죄 집단이 되다시피 한 느낌마저 든다. 이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도둑이 들끓고 있으면 그 나라가 바로 도둑의 나라다. 이러고도 나라가 지탱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더 많은 뇌물을 챙기라고 직급을 올려 고위직에 앉히는 것이 아니다. 의자는 앉는다고 임자가 아니다. 앉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앉아야 한다.
감사원 직원들이 피감기관 직원들과 술 마시고 노래하는 현실이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숱한 인사들이 재물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영어의 몸이 되고 있다.
고려 승려 나옹은 일찍이 “공명과 재물은 화를 부르는 무서운 불길, 예부터 그 불에 타 죽은 자 그 몇이던가”하고 인간의 탐욕을 개탄하며 경세(警世)했다.
미욱한 것이 인간이라 했던가. 미끼 매단 낚시 바늘이 갈고리 진 것을 왜 모르는가.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동하는 것이 보통의 사람이다. 하지만 공직자는 달라야 한다. 정신들이 약하다. 공직자라면 황금의 유혹을 물리칠 만큼 그렇게 정신이 굳건해야 하지 않겠는가.
나라가 온통 총체적으로 부실하다. 후목불가조야(朽木不可雕也))라 했다. 썩은 나무로는 도장을 새길 수 없다.
2011년 06월 23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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