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얼룩진 오월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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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5.26)
원현린 칼럼 /
얼룩진 오월
여느 달에 비해 기념일이 많은 오월에는 다채롭고 풍성한 각종 행사가 열리곤 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1일 근로자의 날과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10일 석가탄신일, 15일 스승의 날, 16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5월은 행사로 시작하여 행사로 끝이 나고 있다. 그래서 오월은 행사의 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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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끝자락에 와서 되돌아보니 겉보기와는 달리 푸르른 오월이 아니었다. 사건사고로 점철된 한 달이었다. 어버이날이 지난 지 나흘 만인 12일, 인천시 서구의 한 가정에 10대 도둑이 들어 금품을 훔치려다 잠자리에서 놀라 일어난 주인에게 발각되자 폭행을 가하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알고 보니 가출 후 용돈이 떨어져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과 자신의 집을 털려다 강도로 돌변, 잠에서 깨어 일어난 자신의 어머니에게 폭행을 가해 상해를 입힌 사건이었다. 가정의 달에 일어난 충격적인 패륜사건이다.
다시 떠 올리고 싶지 않지만 한 여성 아나운서의 아파트 투신자살 소식도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며 그토록 자살만은 안 된다고 모두들 말리건만 좀처럼 줄지 않는 자살이다. 끔직한 또 다른 사건의 하나는 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와 같이 한 대학 교수가 자신의 아내를 살해해 유기한 사건이다. 이 또한 부부의 날인 21일을 전후하여 들려온 소식으로 가히 충격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밖에도 집을 나와 거리를 전전하던 한 노숙자가 ‘자신을 비웃는다.’며 지하철에서 소화기를 분사하며 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이 같은 ‘묻지 마’식 범죄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정서가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시민들은 이제는 웬만한 사건에는 놀라지도 않는다고 한다. 매사를 포기 한 듯한 탄식일 게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 맞는 아내가 영국과 일본의 5배에 달한다는 소식도 우리를 허탈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매 맞는 여성가운데 절반가량의 여성들은 가정에서 10년 이상 폭력에 시달리며 살아가고 있다한다. 매 맞는 여성들은 아마도 우리가 흔히 하는 말처럼 ‘죽지 못해 사는 것’과 다름이 없을게다.
가정문제 전문가들은 성장기의 아이들이 가정에서 어른들의 폭력을 보고 자라면 그 아이에게는 훗날 성장하면 폭력성을 띠게 된다고 한다. 장래 폭력 남편이 되고 폭력 가장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환경이 아이들에게 있어 더 없이 좋은 교육환경이라 할 수 있는 대목이다.
급기야는 여성가족부가 향후 가정 폭력자에 대해서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 직권으로 최대 48시간까지 격리 가능토록 하는 등 ‘가정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마련, 24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정부는 곧 시행 계획을 수립, 이르면 금년 중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는 가정에서 신체적 폭행 등 가정폭력이 발생하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상태를 보고 사안을 판단, 가해자를 퇴거시키거나 100m 이내 접근금지, 통화금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경찰은 조치 후 48시간 이내에 검사에게 임시조치 신청을 하고 검사는 법원에 임시조치 청구를 하게 된다.
어떻거나 단란하여야 할 가정에 경찰이 출동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가정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행복이 산산조각 나고 있는 것이다. 가정이 평온해야 사회가 건전하고 나라의 앞날이 밝다. 폭력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란 힘들다. 가정의 달에 들려오는 끔찍한 소식들로 필자의 영혼도 황폐화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오월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가정의 달을 보내며 마음개운치 못한 씁쓸한 사건들만 뇌리에 떠올라 유감스럽다. 마을 어귀에서, 골목마다에서 들려오던 학동들이 부르는 푸른 오월의 노랫소리를 다시 듣기 위해서라도 세상을 푸르게 푸르게 만들어야 하겠다.
2011년 05월 26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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