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지용택(56회)칼럼/우리 모두가 부처님(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1. 5. 9)
지용택칼럼
우리 모두가 부처님
/지용택 칼럼 새얼문화재단 이사장
![]() |
||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 날'은 인천 시민들에게 더욱 특별한 감회로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인천의 불자들은 두 군데로 나뉘어 치러지는 경축식을 지켜봐야 했지만 올해 경축행사는 인천불교연합회가 사단법인으로 하나가 되었음을 만방에 알리고 인천재가불자회가 힘차게 발돋움해 나가는 모습을 선보였기에 지켜보는 한 사람으로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원으로 하는 역법(曆法)인 서기를 기준으로 2000년, 새천년이 시작되었을 때 역설적이게도 서구인들은 21세기 인류에게 가장 필요한 종교는 불교라고 말했습니다. 불자들 입장에서 이런 말을 들으면 자긍심도 생기고 좋아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때 서양사람들이 말하는 불교란 우리가 생각하듯 신앙으로서의 불교가 아니라 철학으로서의 불교, 학술이론 차원에서의 불교에 주목한 것이란 사실을 우리는 바로 보아야 하겠습니다.
또 신문과 TV를 통해 미국의 유명한 배우인 '리차드 기어'를 비롯해 서구의 유명인들이 불교에 귀의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또 한번 그러면 그렇지 하고 불교의 위대함을 재인식하는 쾌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불교가 아니라 인도 북부 달람살라에 있는 달라이라마의 망명정부가 펼치고 있는 티베트 독립운동과 티베트불교에 관한 일이란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 한국불교의 재창조에 대해 진심으로 성찰해보아야 할 때입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고매한 이론에 대한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불교가 처한 현실을 거울에 비추듯 다시 한번 성찰해보자는 뜻입니다. 입으로는 무소유를 말하지만 가진 것이 많든 적든 무소유가 쉬운 것도 아니고 마음을 비우라 하지만 집착과 번뇌로 가득한 우리에게 그것이 간단한 일도 아닙니다. 하지만 불교의 참정신인 자비를 실천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조그만 참여로부터 실행에 옮길 수는 있습니다.
자비의 실천, '자비행(慈悲行)'이란 것 또한 말처럼 쉽고 간단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부처의 정신을 믿고 따르려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떠한 조건에서도 희망이라는 다리를 건너 피안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무소유의 정신과 자비의 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처의 뜻을 받드는 자비란 남모르게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향하여 낮은 곳을 향해 내가 먼저 걸어가는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한겨울 산 속에서 세 사람이 길을 잃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부상을 당해 혼자 걸을 수 없는 몸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두 사람이 살기 위해선 그를 버리고 가야 한다며 혼자만 살기 위해 떠났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기력을 잃은 사람을 업고 갔습니다. 두 사람은 얼마 뒤 혼자만 살겠다고 동료를 버리고 갔던 사람이 얼어 죽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부상당한 사람을 업고 간 사람은 서로 체온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에 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은 누구나 나약한 존재지만 함께 힘을 합치면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불교가 지닌 대승(大乘)의 정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임진왜란, 7년 전란 동안 휴정(休精) 서산대사, 유정(惟政) 사명대사를 중심으로 수많은 승려들이 불살생의 계율을 어겼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계율에만 집착하는 대신 일체중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더 큰 자비를 실천했던 것이란 사실을 우리는 잊을 수 없습니다. 우리들 모두는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들을 가슴 속 깊이 뜨겁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을 때마다 떠오르는 상상은 오랜 세월 저 깊은 산중의 대웅전 안에서 저 멀리 중생들을 바라만 보고 계시던 부처님이 어느날 갑자기 벌떡 일어나 어깨에 가득 내려앉은 먼지를 털어버리고 절문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와 중생들 속으로 걸어가시는 모습입니다. 부처님의 후광이 천하를 비추고 세상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당신의 사자후에 스님들도, 불자들도 그리고 무수한 대중들이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모습 말입니다.
부처님이 일어나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상상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부처의 가르침에 따르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바로 부처님입니다.
불제자란 부처의 제자가 되어 부처님의 깨달음을 본받아 성불하고 싶은 사람들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우치고 실천한다면 지금 저 문 밖의 세상에서 애타는 심정으로 부처님을 부르고 갈구하는 목소리의 참뜻을 깨닫는다면 부처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거리를 걷고 계실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받고 번뇌하는 사람들이 부처님을, 불교의 가르침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실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닫는 불기 2555년 '부처님 오신 날'이길 바랍니다.
끝으로 인천불교가 하나 되어 화합의 큰 걸음을 내딛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2011년 05월 09일 (월)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