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텐뿌라'시계(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1. 5.23)
'텐뿌라'시계
/( 279 )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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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외래어에 '텐뿌라'라는 게 있다. 야채나 생선에 밀가루를 입혀 튀긴 음식을 말하는데, 그 어원은 포르투갈 어 '템포라(tempora)'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겉은 뻔지르르한 데 속이 조잡한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1960년대만 해도 금 도금에 고급 가죽 띠까지 곁들여 영락없는 명품인데 속은 싸구려인 가짜 시계를 '텐뿌라 시계'라고 했다. 시계가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 준다고 믿었던 선남선녀들이 애용했던 허영의 산물이었다.
시계 자체가 드물었던 일제강점기 때는 또 그를 자랑하느라, "아! 골치야!" 하며 우정 손으로 이마를 짚어 시계를 보이게 했다는 웃지 못할 일화까지 전하는 것을 보면, '시계 사치'가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닌듯 싶다.
그러나 시계의 본질적 기능은 생체시계, 해시계, 태엽시계의 수준을 넘어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정확한 시각을 알리는 데 있다. 과학의 발달로 나노 초까지 따지며 사는 현대에는 더욱더 그 정확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에 따라 만든 시계들이 선보인 것은 오래다. 일본 '카시오' 사가 기술력을 자랑하며 판매 중인 손목시계 중에는 값이 9천800엔에 불과하지만, 10만년에 단 1초만 틀리는데다가 디자인도 수준급이어서 인기가 높다.
그에 비하면 금으로 몸체를 만들고 촘촘히 다이아몬드까지 박는 등 온갖 재주를 부려 놓은 소위 명품 시계의 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연일 신문광고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건 수요가 있기 때문이리라. 바야흐로 '뿌디 부르주아'의 시대가 도래한 징후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텐뿌라 시계'와 다를 것도 없어 보인다.
/객원논설위원
2011년 05월 23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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