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 미추홀/5만원권(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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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1. 4.15)
5만원권
/713 회 조우성의 미추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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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돌상'에는 '백일' 때와 비슷한 음식을 차리지만, 국수를 더하는 것이 다르다. 국수의 긴 모습에서 유추해 아이의 장수를 기원했던 것이다. 더불어 특정물건을 집는 데 따라 장래를 점치는 풍속도 이어온다.
남아와 여아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남아의 경우 쌀, 지필묵, 책, 실, 활 등을 놓고, 여아의 경우 활 대신 가위, 실패 등을 놓는다. 그러나 돈이 빠지는 경우는 없었다. 제일 먼저 돈을 집으면 부유하게 살 것이라고 믿었다.
돈은 모든 돌상에 놓였지만, 저승길 가는 데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망자의 입에 돈을 물리거나 관에 넣는 게 그 예다. 옛 그리스에서도 동전을 망자의 입에 물렸는데, 저승길 강을 건널 때 뱃사공에게 준다는 노잣돈이다.
세상에 갓 태어나 받는 돌상에도 돈이요, 돈에 울고불고 속 끓이며 살다가 백발로 저승길 가는 데도 저승사자에게 돈을 주어야만 제대로 죽을 수 있는 게 인간 숙명이라니, 인간이 돈에서 헤어나기는 영 그른 모양이다.
그래서인가. 세상의 갑남을녀 상당수는 '그 원수 같은 돈'으로 '벼락'을 맞아도 여한이 없겠다는 헛꿈을 꾸며 사느니, 가장 비싼 몸인 5만원권에 누가, 누구의 초상을 그렸다는 이야기는 사실상 세상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더구나 돈을 만든답시며 조선 때의 화가 어몽룡의 월매도와 이정의 풍죽도를 제멋대로 겹쳐 가로로 눕히고, 한 술 더 떠 그림 속의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동시에 달의 위치까지 옮기는 망발을 부렸으니 돈의 운명 또한 온전할 리가 없었다. 마늘밭에 숨겨져 있던 '5만원권'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추레한 모습들이었다.
/객원논설위원
2011년 04월 15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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