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그때 '낙양'과 '상하이'는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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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3.18)
나채훈의 중국산책 /
그때 '낙양'과 '상하이'는 닮았다
‘함량미달의 외교관이 어찌 이리도 많은가?’라고 탄식할 정도로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은 충격적이다. 개인의 윤리의식이나 안일하고 구태한 사고방식이 만연했다는 진단도 있고, 직업외교관이 아닌 사람을 특혜주듯이 임명하는 특임공관장 제도의 헛점 탓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편에서는 몇몇 질낮은 외교관의 사적 쾌락이 초래한 불상사였다거나 외교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탓에 작심하고 달려드는 미인계(?)에 녹아떨어졌다는 식의 여론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렇게 보아서는 결코 안될 일이다. 외교를 자기과시와 허영으로 포장해 우쭐댄 전형적인 사례로 수나라 양제(煬帝)의 행위를 꼽을 수 있는데 요즘 말하는 국격이란 점과 연관지어볼 때 시사하는 바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잘 아다시피 양제는 대운하를 파고 고구려를 침공하는 등 백성들의 처지를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부렸으나 서역 제국과의 외교에서는 백성들의 처지를 철저히 감추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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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사절과 상인단이 오면 우선 낙양의 단문(端門)거리에서 어마어마한 대규모 환영놀이를 펼쳤는데 놀이장 주변의 넓이가 5천보(1보는 약 1.8m)였고 사죽(絲竹 :관현악기)을 불어 공연하는 숫자가 1만8천명으로 그 소리가 수십리 밖까지 들렸다. 이런 풍악이 한달씩 계속되기도 했다. 저녁이 되면 등불이 천지를 환하게 밝히고 밤새 흥청거렸다. 뿐만 아니라 풍도(豊都)에서의 외국상인들을 위한 대교역회는 그야말로 호사의 극치였다. 처마끝 줄지어진 건물안에는 전국에서 모아온 진귀한 상품이 그득 쌓여 있었으며 거리에서 야채를 파는 늙은 장사꾼들에게는 용수초(龍須草)로 엮어서 만든 고급 방석을 나눠주고 음식점에서는 ‘우리 수나라가 풍요로워서 술과 음식 모두 공짜다’라고 선전하며 외국인에게 온갖 친절을 베풀었다’고 사서는 적고 있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낙양의 가로수에 형형색색의 비단을 칭칭 감았는데 정월의 추운 날씨에 나무까지도 비단 옷을 입혀 추위에 떨지 않도록 배려한다는 웃기는 짓을 해댔다. 외국인들은 이런 모습을 비웃었다. 그들이 하늘을 날아서 낙양까지 온 것은 아니었다. 대상(隊商)을 조직해 각지를 거쳐왔기에 이런 식의 허풍이 먹힐 리가 없었다. 그들은 각처에서 헐벗고 굶주리며 추위에 떠는 빈민들을 무수히 보았기에 백성들의 생활상태가 어떻다는 걸 익히 알고 있어 “나무에 입힌 비단을 어찌해 헐벗다시피 하는 사람들에게 입히지 않는가?”라고 교역장에서 으시대는 관료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양제가 이렇듯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한심한 짓을 열심히 해댄 까닭이 무엇일까? 단순한 사치와 허영, 과시욕이 아니었다. ‘천하 제일의 수나라’와 ‘자신의 덕’을 칭송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국격’을 내세우고 브랜드화 시키려는 의도였던 셈이다. 국격이란 말은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국가의 성격이나 품격을 인격에 비추어 파악하는 문화적 태도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정치적인 상황을 문화적 차원으로 대체해서 중립화하려는 시도로서 바람직한 일이기는 하나 여기에는 분명 전제돼야 할 바가 있다.
외교가 포섭과 협력이라는 새로운 국제관계의 흐름에서 진가를 발휘하도록 하려면 정치권력이 공동체 구성원의 즐거움을 공평하게 분배하려는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상하이 등지에서 외교가 사적인 쾌락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속사정저변의 권력화현상에 눈을 돌리지 않고 일부 외교관의 일탈로 바라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남용한 역사의 심벌 양제와 상하이 스캔들을 비교하는 것이 지나친 일인지 모르나 실제로 해외에서 생활하다가 돌아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교민사회에 군림하다시피 하는 권위적 행태와 마치 자신들은 선택받은 우월한 존재인양…’건방떠는 모습에서 이미 예고된 권력형 사고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심각히 헤아렸으면으면 한다.
2011년 03월 18일 (금)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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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님의 댓글
꼬리글을 삭제했으며 꼬리글을 작성한 동문은 강제 탈퇴 처리 했습니다.(불건전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