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수성형(守成型)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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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3.25)
나채훈의 중국산책 /
수성형(守成型)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명말(明末)의 석학이자 정치가였던 여신오(呂新吾)는 그의 저서 <신음어(呻吟語)>에서 6등급으로 관료를 나누었다. 1등급은 관후하여 사심이 없다. 마치 사람이 햇볕을 쬐고 공기를 숨쉬고 물을 마시지만 그 고마움을 의식하지 못하듯 한다. 백성들에게 미칠 화(禍)는 미리 막는다. ‘용기 있다’, ‘큰 공을 세웠다’는 칭송도 없이 백성들이 모르는 사이에 음덕을 입게 한다. 이런 인물이 1등급임에는 틀림없으나 좀처럼 만나보기 어렵다. 그래서 2등급 인물을 생각하게 한다. 2등급은 착실하고 분명하게 매사를 다룬다. 강직함과 당당한 직언으로 의논을 이끈다. 때로는 기개가 노출되어 물의를 빚어 반발과 저항을 초래한다. 그러나 이런 장애에 당당히 맞서고 할 일은 한다. 득실(得失)은 반반이다. 오늘날 대한민국같은 나라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인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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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급은 무사안일이다. 나쁜 짓은 물론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진해서 나서지도 않는다. 이로움을 만들어내지도 않고, 손해를 제거하지도 않는다. 그저 안전한 옛 일을 답습할 뿐이다. 4등급은 자신의 지위나 신분을 지키는데 급급하다. 입으로는 나라를 걱정하고 백성들을 위한다고 떠들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출세 외에는 관심이 없다. 스스로 나쁜 짓을 하지 않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라고 여긴다. 5등급은 지위를 이용하여 자기 이익을 꾀하고 자기 편 사람만을 등용하여 다른 이를 배척한다. 사리사욕(私利私慾)에 능한만큼 주위를 잘 챙긴다.
일찍이 공자가 소정묘라는 인물을 처형할 때 도저히 용서못할 오악(五惡)이 있다고 했었다.
1, 일에 실수는 없으나 음험하여 뒤로 무서운 수를 잘 쓴다.
2, 하는 일이 공정하지 않고 치우쳐 있으면서 표면적으로는 공정을 가장하여 의젓하다.
3, 거짓말에 능하고, 얼굴색 한번 변하지 않으면서 그럴듯하게 말한다.
4, 악당이기에 사물을 잘 기억하고 게다가 박식하며 고집이 세다. 이런 자신을 꽤 유능하게 여기고 있다.
5,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 위해 주위에 은혜를 베풀며 자기 편을 만든다. 이런 인물이 많아 일일이 거론하기 힘든데 유능한 목민관처럼 인식되는 것이 어지러운 시대의 전형적인 현상이랄 수 있다.
6등급은 야심에 불타고, 선동에 능하고, 세상의 가치를 파괴하는 인물, 한마디로 공적인 일을 해서는 안될 최하위 인물이다. 물론 야망이 나쁜 것일 수 없고. 명리(名利)는 오히려 큰 일을 도모하는데 있어 필요한 일이겠으나 공적인 분야에서는 재삼 생각해볼 일이다. 창업자란 들끓는 시대에 배출된 끓어 오르는 열정을 가진 인물에 보내는 찬사가 아닌가. 그렇다고 시대마다 창업자를 만날 수도 없으려니와 창업자를 계속 고대하는 사회는 어딘가 고장난 사회임이 분명하다. 안정된 사회의 공적 자리에는 주의깊고 단단한 수성(守成)의 인물이 필요한 까닭이다. 선거 때가 되면 한국인들이 수성형(守成型)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인지 창업형이 실질 이상으로 미화되고 평가받는다. 확실히 창업의 화려함, 드라마틱한 점에서 수성형의 공직자는 생색이 안나는 대상일지 모른다.
‘창업과 수성 어느 쪽이 더 어려우냐(創業守成之難)’고 하듯이 창업보다는 수성이야말로 인내와 끈기와 인간적 기량이 훨씬 더 요구되는 일인데 말이다. 초과이익공유제를 둘러싸고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물러날 수 밖에 없다는 의사를 밝히자, YS 전대통령에게 각을 세우면서 총리를 사퇴하여 인기를 얻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의 모델을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 나오고, 분당의 4.27 보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 정운찬 뜻이 내년 대선에 있을 것이라는 설도 나오고 거기다가 신아무개 여성의 이상한 고백까지 등장한다. 과연 무엇이 진정한 모습일까?
- 권문(權門)은 권력에 오만하나 우국(憂國)의 정(情)이 없고, 재벌(財閥)은 부귀를 자랑하나 민생을 생각하는 마음 없도다.- 고 탄식했던 선인의 싯귀가 생각난다. 국사(國師)가 없는 오늘날, 국사(國士 ; 나라에 유용한 인사)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풍토가 절실해서 안타깝게 바라본다.
2011년 03월 25일 (금)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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