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부패와 발효(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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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1. 3.22)
교육의 눈
부패와 발효
/최종설 인천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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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 발효의 차이는 무엇일까? 화학적 현상으로는 같지만 다른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작용을 일으키는 균의 종류가 다르고 그에 따른 부산물이 다르다. 부패를 시키는 균은 대장균, 고초균, 부티르산균 등이고 발효를 시키는 균은 효모균, 유산균, 누룩균 등이다. 부패로 인해서 나오는 부산물은 인간에게 유해한 성분들이고 발효로 나오는 부산물은 유익한 성분들이다.
그 과정에서도 부패는 악취가 나며 발효는 특유의 좋은 냄새가 난다. 부패는 단백질이 분해되는 것이고 발효는 탄수화물이 분해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부패는 음식과 각종 유기물들을 상하게 하고, 발효는 김치, 젓갈, 술, 전통 장류, 요구르트, 치즈 등과 같이 또 다른 유익한 것으로 부활하는 것이다. 같은 유기물이라도 균주와 조건에 따라 부패도 될 수 있고, 발효도 될 수 있다. 즉 우유를 자연 상태에서 그대로 두면 부패되지만 특정 발효 균주를 접종하고 일정 조건을 맞추어 주면 요구르트도 되고 치즈도 된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부패된 음식도 있고 발효된 음식도 있듯이 인간도 시간이 지나면서 부패한 인간도 있고 발효되는 인간도 있다. 인간을 부패하게 하는 것도, 발효하게 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선택과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부패된 상태를 썩었다고 하고, 발효된 상태를 익었다고 하며, 사람이 잘 익으면 진국이라고 한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그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부패된 인간도 될 수 있고 발효된 인간도 될 수 있다.
똑같이 밥을 먹고, 잠을 자고, 공부를 하더라도 그것은 외형적인 것일 뿐이다. 밥도 똑같은 밥이 아니고 잠도 숙면하는 사람과 뒤척이면서 제대로 잠을 못 이루는 사람도 있다. 공부도 그렇고, 인성도 각자의 마음가짐과 선택에 따라 다른 결과 즉, 부패와 발효로 나누어진다. 탐욕과 교만과 오만, 이기심, 질투, 불만, 불평으로 시간을 보내면 부패한 사람이 되고 겸손과 배려와 사랑, 긍정, 열정으로 시간을 보내면 발효한 사람이 된다. 같은 풀과 물을 먹어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올바른 선택과 고운 마음은 나를 잘 발효시켜 좋은 향기와 맛과 영양분을 갖게 한다. 부패는 소멸과 멸망과 생명을 잃는 것이며, 발효는 되살아남, 즉 새로운 것으로 부활하는 것이다. 물론 그 곳에는 효소라는 균과 일정한 조건이 주어져야 한다. 배추가 잘 익은 김치가 되기 위해서는 소금과 젓갈과 고춧가루를 잘 버무려서 땅속에 묻거나 김치냉장고에 넣어 일정한 온도와 조건을 맞추어 잘 숙성시켜야 명품 김치가 되는 것이다.
부활, 재창조, 세상에 유익한 발효된 인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러한 인간을 만들기 위하여 교육자들과 교육당국은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 유산균과 같은 역할 그리고 미성숙한 아이들에게 발효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이 우리 교육자이고, 그것이 교육자의 사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진과 쓰나미, 화산 폭발 그리고 원전 폭발 등으로 대재앙을 맞고 있는 일본을 보면서 대자연 앞에 한없이 약한 인간의 모습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아수라장 속에서도 질서정연하게 차례를 지키고, 남을 배려하는 성숙한 일본인들의 모습에서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부패한 인간이 아닌 발효된 인간을 만드는 교육에 우리 교육자 모두가 다시 한 번 새롭게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11년 03월 22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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