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류창현(67회) 인천논단/맹자의 궁민구휼(窮民救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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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1.31)
맹자의 궁민구휼(窮民救恤)
/류창현 객원논설위원
복지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작년 어느 날 우연히 전철안에서 들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서로 모르는 처지의 두 노인들인데 이야기의 주제는 세상 살이를 주제로 하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현 정부가 정치를 잘못해서 - 즉 보조금을 많이 주지 않아서- 세상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할머니는 “수족이 멀쩡한 사람들이 자기 노력으로 살 생각을 하지 왜 나라돈만 뜯어먹고 살려고 하느냐” 라는 요지의 이야기다. 정치인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과는 거리가 먼 평범하고 순박한 노인들 사이에 오고간 이야기지만 2012년의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하는 작금의 복지논쟁에 핵심을 잘 짚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두 노인의 대화를 들은 이후로는 복지포퓰리즘과 정권욕에 눈이 어두워 과도한 복지를 주장하는 정치인들을 생각하면 그 때마다 “왜 나라돈만 뜯어먹고 살려느냐?”라는 할머니의 말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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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라 선왕이 왕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물었을 때 맹자는 시경의 내용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답했다. “늙었으면서 아내 없는 이를 홀아비라 하고, 늙었으면서 남편 없는 이를 과부라 하며, 늙었으면서 자식 없는 이를 독거자라 하고, 어리면서 부모 없는 아이를 고아라 하나니 이 네 가지는 천하의 곤궁한 백성으로서 하소연할 곳이 없는 자 들입니다. 주나라 문왕은 정령(政令)을 펴고 인(仁)을 베푸시되 반드시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을 먼저 구휼하셨습니다. 시경에도 부자들은 괜찮거니와 이 곤궁한 사람들이 가엾다고 했습니다.”
맹자는 시경의 어구를 인용해서 구휼은 반드시 하되 곤궁한 사람들은 먼저 구휼하는 선택적 복지가 임금이 실천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작금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복지타령이다. 지난해 6·2지방선거에서 야당후보자들이 전면무상급식을 내세워 재미를 톡톡히 본 이후로는 야당은 보편적 복지라는 유럽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을 모방하고 있고 여당의 유력 후보도 이에 질세라 한국형복지라는 애매한 신조어로 위장된 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이 말하는 복지를 실천하려면 수백 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 번 시작한 복지는 그 특성상 나라 재정이 바닥나서 나라가 망할 정도가 아니면 중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복지로 늘어나는 추가부담이 힘겨운 기업은 고용을 기피할 것이고 복지 과잉과 기업 부담 급증이 계속되면 외국기업도 등을 돌리고 한국을 떠날 것이고 국가 재정은 나날이 악화되어 고용도 경제성장도 멈추게 될 것이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의 말대로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정책은 참으로 무책임한 것으로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국민을 괴롭히고 큰 부담을 안기는 정책이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시대정신을 거꾸로 말하고 있다. 이런 재앙이 빤히 보이는데도 당장 국민을 속여서라도 복지 포퓰리즘으로 인기를 얻어 정권만 잡으려는 것이다. 현재의 국민뿐만 아니라 후손들에게도 대죄를 짓는 결과가 될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인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소득격차해소에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면서도 “복지확대를 위해 세금을 늘리는 데는 부정적”이라고 발표했다. 누구나 복지는 원하면서 세금은 안 내겠다는 것이다. 혜택을 받는 만큼 많이 내야 되는 것이고 결국은 증세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결과임에도 그들은 ‘무상’만을 내세울 뿐이다. 우리나라 야당처럼 부자감세 운운하거나 있는 자들에게 고통을 준다는 등 상대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고 있는 계층을 적대시하는 좌파적 시각에서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에서 복지라는 미명하에 사회주의를 실천하려는 의도로 의심받을 수도 있다.
한국경제 연구소는 “지금처럼 사회복지 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10년 안에 나라 재정은 지금 재정위기를 겪는 남유럽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무상급식으로 큰 아이들이 10년 후 일자리는 없고 세금은 과중하고 곳간은 빈 나라에서 ‘분노의 데모’를 하도록 오늘의 권력병에 걸린 못된 정치인들이 씨앗을 뿌리고 있다. 이 세상에 어느 나라도 재화를 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없다. 합리적인 정책으로 점진적인 복지 확대는 있을 수 있어도 무상이라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고 대권이나 잡으려는 국민 기만극을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대권을 꿈꾸기 전에 2천300년 전 전국시대의 선현들의 지혜로운 궁민구휼(窮民救恤)의 방법을 생각해 볼일이다.
2011년 01월 31일 (월)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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