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의 중국산책/오월동주와 오후동주 (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1. 1.21)
나채훈의 중국산책 /
오월동주와 오후동주
춘추전국시대 오(吳)와 월(越)은 지도자간에 불구대천 원수가 되어 싸웠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만큼이나 이기기위해서라면 어떤고통도 견딜만큼 살벌한 사이였다. 그러한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백성들이 같은 배(同舟)를 타면 침몰하지 않기위해 협력해야 했다. 목숨보다는 소중한 것이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이번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 미 대통령 오바마의 이름을 따서 ‘오후동주’라는 표현이 나왔다. “미국과 중국의 상호 협력을 통한 이익이 서로의 갈등이나 이견(異見)보다 훨씬 크며 글로벌 도전이 많은 시간에 필수적인 일”이라는 지적이 의미있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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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떨까? 백악관이 레드 카펫을 깔아 최상급의 예우로 후주석을 맞이하고, 후주석은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 시카고를 방문하여 수백억 달러의 경협지갑을 꺼내들 것은 분명하지만 양국사이에 깔려있는 불신의 벽은 여전히 높다. 지난11일 미국의 게이츠 장관이 후주석을 면담 할 때 전해진 중국의 첫 스텔스 전투기 J-20 시험 비행에 대해 가졌던 의구심이 단적인 예다.
그리고 2008년 하반기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미국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주요 2개국(G2)시대가 도래 했다는 서방언론의 분석이 여전히 유효한 현실이다. 후주석은 미국 방문 직전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달러화가 기축 통화로 자리잡은 현재의 국제 통화 시스템은 과거의 산물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마디로 국제 기축통화로써 달러에 대한 도전의지를 분명히 표시한 것이다.
물론 힐러리 미 국무장관의 지적처럼 21세기 양국의 관계가 19세기식 제로섬(zero-sum)공식을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다. 힐러리 장관은 여기에 덧붙여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도 미국과의 관계냐 중국과의 관계냐 하는 양쪽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구태의연한 제로섬의 틀을 뛰어 넘기를 원하고 있다”고 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은 대등한 관계임을 공식적으로 바탕에 깔고 이번 정상의 만남을 가질만큼 이미 발밑에서는 ‘파워 시프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인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과 한반도 문제 해결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라는 우리의 입장에서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겠으나 적어도 미국내의 반증 여론에 대해서는 헤아려 볼 필요가 있다. 미 의회는 후 주석의 도착에 맞춰 중국의 인권상황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고, 여기서 탈북자 강제 북송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미 상원에서는 위안화 약세에 대처하는 법안을 제출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법안은 “아메리칸 드림이 중국의 환율 조작으로 위태로운 지경에 있다. 이제 대화의 시간은 지났고 강력한 대응에 나서야 할 때임”을 분명히 할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실업율, 기업의 투자기피, 대중국 무역 불균형에 직면하고 있는 미국입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아무리 미-중 화해협력 무드를 조성하고, 후주석이 경협카드를 내놓는다해도 미국내에서 중국 불신 분위기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이란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세계질서’라는 무엇이든 뚫을수 있는 창을 비껴들고, 중국이 ‘주권국가’라는 무엇이든 막을 수 있는 방패를 들고 과연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벌써 2천 몇백년전의 일이지만 오와 월의 치열한 다툼 속에는 양쯔강 유역의 패권을 쥐려는 목적도 있었으나 오자서, 범려라는 뛰어난 책사와 오왕 부차, 월왕구천의 원한맺힌 사연이 짙게 깔려 있었다. 이들 4인은 각자 인생의 뜻을 이루기도 했으나 한 사람은 자결을 강요당해 죽었고 다른 한 사람은 부귀영화를 버리고 잠적했다. 오왕 부차는 죽음과 동시에 망국(亡國)의 비운을 맛보았고 승자가 된 월왕 구천도 순조로운 일생은 아니었다. 오늘날 세계를 좌지우지한 거물들의 일생 가운데 칭송받는 경우가 손꼽을 정도다. 무릇 인간사 영욕과 국가적 흥망성쇠의 이치는 예전과 오늘이 크게 다를 바 없다.
서로 한 걸음씩 양보하여 ‘오후’가 진정한 글로벌 리더로서 거듭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2011년 01월 21일 (금)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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