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국제결혼과 샐러드 문화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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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1. 1.27)
원현린 칼럼 /
국제결혼과 샐러드 문화
때는 서기 48년 7월27일, 남해바다 서남쪽 해상에서 붉은 돛을 단 한 척의 배가 깃발을 나부끼며 북상하고 있었다. 마중나간 사람들이 횃불을 들자 배는 육지 쪽으로 달려왔다. 한 아름다운 여인이 배에서 내렸다. 수로왕이 나아가 맞으니 “저는 아유타국의 공주인데 성은 허씨(許氏)이고 이름은 황옥(黃玉)이며 나이는 16세입니다.”라고 말하고 가락국(駕洛國)에 온 사연을 말했다. 그러자 수로왕은 “나는 공주가 먼 곳에서 올 것을 미리 알았소. 이제 현숙한 당신이 몸소 내게 오셨으니 못난 나에게는 다행이요.” 하고 왕비로 맞이했다.
이 여인이 바로 우리 역사상 국제결혼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가야국의 시조 수로왕과 혼인한 인도(印度) 아유타국 공주 허황후다.
이밖에도 역사상 우리나라로 시집을 온 외국 여성은 한 둘이 아니다. 고려 공민왕과 결혼한 원나라의 노국공주, 조선 말 영친왕과 일본의 이방자여사 결혼, 이승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과 오스트리아 출신 프란체스카 여사의 결혼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농촌 총각들이 외국 여성과 결혼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외국 여성들이 없으면 장가가기도 힘든 세상이됐다.
이제 며칠 있으면 민족의 최대명절 설이다. 명절에는 조상에게 차례도 지낸다. 결혼 이주 여성들에게는 모든 것이 물설고 낯설어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각 종교단체와 사회복지단체 등에서 외국인 여성들이 우리 설 풍습을 익히도록 하기위해 한복 입는 법, 절하는 법, 설 음식 만드는 법 등 다양한 설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선보이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이들이 낳은 자녀들은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국제결혼을 한 외국 여성을 차별하거나 혼혈아를 경원시 하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아직도 일각에서 외국인에 대한 임금체불과 인권문제 등의 시비가 끊이지 않고 들려오고 있다.
우리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가입하고 있다. 동 규약 제2조에는 “가입국은 이 조약에서 선포된 권리가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의 의견, 민족적 또는 사회적 출신, 재산, 가문, 기타의 신분에 기인하는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받지 않고 행사되도록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문화 돼 있다. 이처럼 인종, 민족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하고 있는 우리다.
헌법도 제11조 평등권 조항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하고 있다. 외국인도 원칙적으로 평등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통설이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외국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귀화인구가 지난 24일자로 1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 국민과 국제결혼을 통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들이다. 10만 번 째 귀화인으로 등록된 주인공은 인도 출신 로이 알록 꾸마르 부산외국어대 교수다. 그는 “대한민국이 외국인을 국민의 한 사람으로 품을 정도로 성숙했다고 판단돼 국적 취득을 신청했다”고했다.
한국에서 사는 외국인들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이방인이 아니다. 농촌 어디를 가도 외국인 여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 농촌으로 시집을 온 외국 여성들은 한국 남자의 아이를 낳고, 농사를 짓고, 시부모를 모시고 살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오늘도 귀화는 이어지고 있다. 귀화인들이 우리 사회에 하루속히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하겠다. 미비된 제도는 보완하고 개선하여 우리 국민으로 함께 살아가야 하겠다. 귀화인 말고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125만 여 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히 다문화 시대다.
우리는 이제 여러 민족이 각기 서로 다른 언어, 생활습관,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사회라는 의미에서 미국문화를 뜻하는 ‘도가니(Melting Pot)’ 또는 ‘샐러드(Salad)’문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2011년 01월 27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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