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혐오의 한·중·일 삼각관계, 위기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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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9.11.28)
혐오의 한·중·일 삼각관계, 위기다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역사소설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장
홍콩의 시위, 한일 간 지소미아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이 엉뚱하게도 혐오의 동북아 시대를 부추기고 있다. 홍콩의 시위에 대해 세계 곳곳에서 강경대응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연대집회가 열리고, 한국에서도 청년과 대학생들의 광주민주화운동 시각에서 집회와 대자보 등으로 지지를 표했다.
양비론도 만만치 않다. 유엔부터 그렇다. 지난달 하순 유엔의 인권최고대표실은 "홍콩 시위대 일부가 극단적인 폭력에 의존하고 있다. 매우 유감스럽고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 외교부는 "경찰과 시위대 모두의 폭력적 행동을 비난한다"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했다. 아베 일본 총리는 "일국양제하에서 자유롭고 개방된 홍콩이 번영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말을 하면서 홍콩의 독립이라는 시위대의 주장을 깔아뭉갰다.
그랬는데 국내 대학에 나붙은 대자보로 인해서 중국 유학생들 사이에 혐한론 같은 얘기가 나돈다는 것이다. 대자보의 강경 진압 탓에 인명이 사상됐다는 비판에 대해 유학생들 일부가 대자보를 훼손하며 노골적인 혐오를 표시했다는 건 그리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게 아닌 걸 어쩌랴.
혐한론의 원조는 일본이다. 그들은 독극물 같은 주장을 시위 현장이나 방송에서는 물론이고 각종 도서와 팸플릿에서 마구 쏟아내고 있다. 고단샤 같은 일본의 대표적 출판사까지 혐한 도서를 발간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려놓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라는 병」, 「한국 대파멸 입문」, 「문재인이라는 재액」, 「망상 대국 한국을 비웃다」, 「대혐한 시대」 등등 책 제목만 봐도 충격적이다.
심각한 모욕임에 틀림없다. 월간 잡지 쪽 역시 혐한 전파에 가담하고 있다. 우익 성향의 월간지 「윌 : Will」은 지난 11월호에서 한국인들은 거짓말쟁이고 고대의 뇌를 가졌다는 등의 글을 실은 ‘한국이 없어져도 누구 하나 곤란하지 않다’를 특집으로 꾸미더니, 12월호에서는 ‘트집 잡는 한국’이라는 특집에서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우리 정부를 향해 ‘문재인, 너야말로 오염수’라는 제목까지 뽑아 우리 대통령에 대한 극단적 모욕을 퍼부었다. 무례라고 하기에는 도가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혐오가 왜 문제인가? 내가 누군가를 잘못 이해하고 차별하고 오해하고 싫어하는 과정이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자연스러운 표출이 아니라 사회나 국가 또는 관습 등의 구조적인 면에서 생산된다는 점이다.
일본의 각종 매체들이 한국·한국인·한국 대통령을 싸잡아서 비웃으며 조롱하거나 모욕을 퍼붓는 이유가 일본인들의 무의식에 숨어 있는 반한 감정을 자극해 돈벌이 하는 재미에서 하는 일면도 있겠으나 그 기저에는 민족 차별과 배타주의, 그리고 한반도에 대한 치사스러운 역사수정주의가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으로 한일 간 대중문화가 상호 개방되고, 2002년 ‘한일우호의 해’이자 중일 수교 30주년과 한중 수교 10주년을 기념하는 ‘한중일 국민 교류의 해’도 기획되면서 고이즈미 총리가 평양을 전격 방문해 북한과 일본의 수교까지 임박해 보였다.
그런데 뒤틀리기 시작했다. 우리의 월드컵 4강 진출로 축제에 들뜬 한국인들이 꼴 보기 싫었을까. 북일 수교는 일본인 납치 문제로 무산됐고 역풍은 재일교포 사회에 미쳤다. 역사 피해자 문제가 고조되기 시작했고, 2005년 중국과 한국에서 반일 데모가 불거지자 일본에서 ‘2채널’의 혐한론이 책으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지소미아를 일단 봉합했으나 반한 감정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반한 여론을 호재로 삼아 ‘한국 때리기’에 나섰고 무역전쟁을 일으켰다. ‘대한국 보복’을 공개 천명하자 아베의 인기가 올랐다. 심지어 월간 분게이슌주(文藝春秋)는 ‘일한 단교(斷交) 완전 시뮬레이션’까지 거론했다.
혐오는 동북아 3국 사이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다. 올해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혐오 관련 사건이 일어났다. 누군가는 혐오를 인터넷에서 악플로 표출했고,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혐오 콘텐츠를 양산해 유튜브를 찍고 카드뉴스를 만들고 기사를 썼다. 혐오의 대한이라고 해야 할 정도다. ‘아무튼 마음에 안 든다’고 하는 이런 행동은 국내외적으로 파국만 끌어올 뿐이다.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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