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적금통장 VS 적심통장(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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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0. 9.20)
적금통장 VS 적심통장
▧ 교육의 눈 ▧ 최종설 인천시 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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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미래와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적금통장을 만들어 부를 저축하고 있다. 요즘 금융사별로 각종 적금과 보험 등 수많은 금융상품들을 개발해 홍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보험상품도 등장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래, 노후를 위해 안쓰고, 안먹고, 안입고, 열심히 적금하는 사람도 있고, 현재가 중요하다 있는 대로 먹고, 입고, 쓰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각자의 생각 차이다.
6·25 이후 60년대 가난하던 시대의 우리 부모님들 세대는 정말로 어렵게 사셨고, 필자의 어린 시절도 절대빈곤의 시대로 먹고, 입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이 많이 있지만 가장 머리에 남는 것은 절약하고 저축하는 것이었다. 농사를 지으시면서 각종 농산물을 5일장마다 10리가 넘는 길을 머리에 이고 팔러 다니셨다. 그런 어머니를 따라 나도 지게에 지고, 자전거에 싣고 장돌뱅이가 되어 쫓아다녔다.
어느 날은 운이 좋거나, 시세가 좋아 원하는 가격에 빨리 팔리는 날도 있었고, 어떤 날은 해질 때까지 끌고 다니다가 생선 몇 마리와 바꿔오는 날도 있었다. 백 원짜리 동전 하나도 손에 땀이 나도록 움켜쥐고 "절약, 저축하여 땅을 사야 산다"라고 노래를 하셨다. 당신은 속옷조차도 꿰매고 또 꿰매 입으시고, 평생을 힘들게 농사를 지으시면서 정말로 억척스럽게 사셨다. 그런 어머니의 땀과 희생으로 공부도 할 수 있었고, 자식들이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시대도 많이 변했고 경제도 좋아져 먹고 살만한 것이 아니라, 옛날 어렵게 사신 어르신들에게 죄스러울 정도로 풍족한 시대가 되었다. 먹고도 남고, 입기 싫어서, 유행이 지나서 버리는 시대가 되었다. 물론 지금도 먹고 입는 것이 어려운 사람도 있지만, 이제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발전했다. 4억 명품녀 사건, 아동 성폭력 사건 등으로 온 세상이 시끄러운 요즘, 인성교육이 더욱 중요한 시기이다.
그래서 이제는 성적보다는 인간성, 봉사 및 대외활동, 특기, 적성 등을 고려한 입학사정관제도가 필요한 때이고, 각 대학에서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성적과 금전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성을 키우고, 적립하는 적심통장이 필요한 때이다. 금년 3월 입적하신 법정스님은 "인생에서 무엇이 남습니까? 집? 예금? 명예? 아닙니다. 몸뚱이도 두고 가는데, 죽고 난 후라도 덕이 내 인생의 잔고로 남는다"고 하셨다.
그래서 적심통장의 잔고로 인간을 평가하고, 대학에 들어가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적심통장은 얼마나 많이 진실한 땀을 흘렸는지의 땀통장,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화해했는지의 이해와 용서와 화해의 통장, 사랑과 기쁨과 감사의 통장, 인내와 겸손의 통장 등 돈으로는 살 수도, 적립할 수도 없는 이런 통장들이 많아야 진정으로 행복한 인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적심통장은 비밀번호도, 도장도 필요없고 잃어버리거나 도난을 당할 일도 없고, 아무리 찾아써도 줄어들지 않는다. 찾아도 늘어나고, 새로 넣어도 늘어난다. 은행에 가지 않아도 되고, 아무데서나 찾아 쓸 수도 있다. 추억도 있고, 사연도 있고, 기쁨도 있고, 아픔도 있다. 리콜이 아닌 리플인생으로 살기위해 오늘도 행복과 사랑을 입금시키고, 웃음과 추억과 용서와 감사의 마음을 입금시켜야 한다.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보장해 주는 적심통장은 이렇게 채워지는 것이다. 이제는 적금통장보다도 적심통장의 잔고를 늘려가는 인생을 살려고 노력해야 할 때이다. 우리 모두 오늘부터 적심통장을 개설하자.
2010년 09월 19일 (일) 18: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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