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정승열(65회) 세상思/선진국으로 가는 길(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0. 9.29)
세상思
선진국으로 가는 길
/정승열(시인)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제법 괜찮은 나라로 평가 받고 있는 것같다. 얼마 전 인천의 송도에서 각 나라 경제 분야 장관과 관계자들이 모여 국제적인 회의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보도된 내용 중에 시선을 끄는 것은 경제 발달면에서 우리나라의 발전과정이 모델로 거론되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도 우리나라 경제운영이 우수사례로 조명받은 모양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50년대, 60년대 참담한 가난과 시련을 겪었던 우리로서는 참으로 감격스럽고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스포츠,과학,대중예술 등에서도 우리는 국제적인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런 우리를 가리켜 역동적인 민족이라 추켜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선진국이라고 하기엔 우리 스스로가 무언가 더 채우고 격을 높여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어떤 부분이 아직 덜 가다듬어 졌을까. 분명 과거 50년대, 60년대에 비해선 사회질서도 많이 발전했고 시민의식도 많이 성숙해 지긴 했다.
어린 시절(아마도 50년대 후반 쯤) 경인국도에는 하루종일 차가 몇 대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가다가 길가에 코를 풀고 침을 뱉는 일을 가지고 탓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심하면 걷다가 길가에서 소변을 보아도 무어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6학년 때였다. 담임선생님이 외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어느 분의 강연을 듣고 오셔서 우리에게 신기한 외국문명을 소개해 준 적이 있었다.
그때 가장 의아스러워 지금도 기억나는 이야기는, 미국의 어느 도시에서 버스를 탔는데 어느 신사분이 기침을 하더니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가래를 뱉고는 싸서 도로 주머니에 넣더라는 말이었다. 그 당시 그 바보같은 행위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혼자 생각했다. "기침을 해서 가래가 나오면 그냥 바닥에 뱉고 발로 문지르면 되지 그 아까운 손수건에 그 더러운 것을 뱉어서 그걸 주머니에 도로 넣다니." 나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대부분 이해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담임선생님도 그것이 신기한 일이라고 우리에게 들려 주셨는지 모르겠다.
중학교 때 지리과목을 담당하셨던 김찬삼 선생이 세계무전여행을 하고 돌아오셔서 우리에게 강연을 한적이 있었다. 독일에서 우리나라 교환학생으로 유학을 간 학생을 만나서 겪었던 외국생활을 이야기 하는 중에, 우리나라 유학생이 얼굴이 벌개지도록 망신을 당한 이야기가 있었다. 단지 성냥개비 하나 잔디밭에 그냥 버렸다고 독일교수로부터 꾸지람을 받은 모양이다. 그때 이미 독일은 쓰레기 버리는 교육이 사회 화두로 자주 거론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80년대 초쯤인가 인천일보 지구촌 필자인 신용석씨가 신문사 파리특파원으로 있으면서 올린 글로 기억된다. 요지는 자녀가 다니는 파리의 어느 유치원에서 '껌씹는 교육'을 하는 장면이었다. 껌을 나누어 주고 일정시간 씹게 하고는 껌을 종이에 싸서 차례차례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수업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보도불록과 빌딩건물에는 껌자국으로 보기 흉한 모습이 자주 보도되고 있을 때였다.
시간이 흘러 2000년 대 들어서는 어느 날 택시를 타고 가던 중 도중에 합승하며 운전석 옆에 탄 손님이 손에 휴지같은 요상한 물건을 들고 있었다. 운전기사도 궁금했던지 그게 무어냐고 물었더니 손님이 겸연쩍어 하면서 '씹던 껌을 버릴 데가 마땅치 않아서 휴지에 뱉어서 가지고 가는 중'이라고 했다. 운전기사도 웃고 뒷자리에 있던 필자도 따라 웃었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들었던 가래침을 손수건에 뱉은 미국신사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리고 속으로 세어보았다. 40여년!
우리는 더 격이 높은 시민의식을 습득하기 위해 더 많은 역동적인 세월을 보내야 할 것이다. 그런 변화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우리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 있지 않을까.
2010년 09월 28일 (화) 20: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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