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박치성 화백(퍼온글)
작성자 : 이덕호
작성일 : 2010.09.20 14:54
조회수 : 1,271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0.)
박치성 화백
/조우성의 미추홀 62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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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ㆍ15인천상륙작전 60주년 행사로 인천거리가 온통 들썩이고 있을 때, 한 화실에서는 화가 한 사람이 홀로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3시경 찾아간 제자에 의해 발견된 그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미술계는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황망함에 말을 잊고 있었다. 과묵함, 이웃들에게 늘 공정하게 대하려 했던 마음 씀씀이, 허례를 몰랐던 진솔함 등을 기억하고 있는 지인들은 그의 별세를 더욱 애통해 했다.
청년기에 참여했던 해랍동인 시절부터도 그랬지만, 연전의 인도 여행 이후에는 부쩍 세상을 초탈한 듯한 언행을 했던 그였고, 지병을 앓고 있던 최근에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듯한 말을 해 왔다는 주변의 전언도 있다.
그의 인간과 예술은 거짓이 없었다. 세상의 불빛을 쫓는 부나비들과는 달랐다. 지망생 시절부터 최근까지도 세상의 이 눈치, 저 눈치 안 보고 줄곧 자신이 택한 '사실주의(寫實主義)의 길'에서 예술혼을 불태워 온 화가였다.
그의 작품들은 정확한 사생력, 감각적인 붓 터치, 독장적인 표현력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고, 또 그의 매력적인 화풍을 따르는 제자들로 많았지만, 지역 문화예술계의 포용력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작년 이맘 때였다. 건강 때문에 작업을 멈췄던 그가 20여 명의 초상화를 그려 '구올담 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열었다. 그런데 그 대상은 평소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이었다. 죽음을 예감하고서 사랑했던 이들의 얼굴이라도 자신의 붓끝으로 남기고자 했던 것이었으리라.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가슴이 먹먹해진다.
2010년 09월 19일 (일) 18: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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