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특별기고/접속과 접촉(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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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0. 7.29)
특별기고
접속과 접촉
/최종설 인천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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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설 인천중앙도서관장
21세기는 IT산업이 이끌어간다. 컴퓨터·인터넷·휴대전화 등 무한한 정보통신 발달의 끝은 어디일까? 오늘도 전 세계의 수많은 기업과 전문가들이 IT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애플사가 아이폰 4G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 S를 각각 출시하면서 서로가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갖춘 차세대 휴대전화라고 홍보하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80%가 블로그를 운영하고, 96.7%가 하루 한 차례 이상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컴퓨터·인터넷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컴맹‘이라고 해 사람 축에도 끼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고, 인터넷·컴퓨터게임 중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소년은 물론 성인·직장인 등 모든 사람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컴퓨터와 함께하고 있다. 게임방에서 밤을 새우며, 게임에 중독되어 자녀를 돌보지 않아 간난아이가 죽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제는 인터넷게임이 살인까지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 세상이 인터넷이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 접속하는 시간과 접속하지 않은 시간으로 양분되어 있다. 인터넷 접속은 직접체험보다는 간접체험으로 온라인 상에서의 가상의 현실들을 현실로 착각하는 자기망각과 도착에 빠져들게 한다. 컴퓨터·인터넷·휴대전화가 우리의 생활을 행복하게해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줄 수 있을까? 인간의 생활을 편리하게는 해주고 있지만, 정적인 공간, 개인 상상의 공간과 서로의 삶을 나누고 배려하는 심성, 인성적인 면 등 사람과 사람의의 관계를 멀리해 놓았다.
인터넷과의 접속은 감정의 교환 없이 정보를 주고받는 간접적인 것이고 일방적이며,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이다. 접속은 정보만을 주고받는 것이지 감정을 교환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의 모니터는 차디찬 기계장치이지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아니다. 이러한 기계장치와의 수없는 접속에서 우리는 접촉을 찾을 수 없다.
미국의 데이비드 쉔크는 현대인들은 데이터 스모그라고 해 쓰레기정보나 허위정보들이 대기오염의 주범인 스모그처럼 가상공간을 어지럽힌다고 했고, 정보과다로 인한 정보 피로 중후군에 시달린다고 했다.
접속과 접촉은 발음은 비슷하지만 뜻은 전혀 다르다. 인터넷 접속은 기계적으로 정보만을 제공해 주지만 접촉은 상호 간의 직접적인 만남으로 표정이 있고, 눈길을 마주하며, 손을 마주잡고, 미소짓고, 쓰다듬는 터치와 스킨십이 오가는 인간의 정을 오감으로 느끼게 한다.
컴퓨터와 휴대전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큰 재난이 일어나고, 살맛을 잃고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 같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에 목숨을 건 사람들같이 잠시라도 휴대전화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초조해한다. 시간을 다투는 긴박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왜들 그리 바쁜지 알 수가 없다. 누가 누구의 주인인지 모를 지경이다.
문명의 이기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주객이 전도되어 사람이 휴대전화의 종이 되어버린 것 같다. 지하철·버스, 그리고 길거리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휴대전화를 하고 있다. 정말로 긴급한 사항이나 비즈니스를 위한 통화일까? 지하철에서 옆 사람의 통화내용을 들어보면 금방 만날 사람과의 통화를 만나는 시간까지 하고 있고, 특히 청소년들의 통화는 온갖 상소리와 욕설로 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휴대전화를 빼앗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있다.
이렇게 21세기가 기계적인 접속만으로 인간의 영혼을 앗아가고 있는 것 같다. 진정한 교육은 기계와의 접속이 아니라 인간의 접촉으로 이루어 져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세상 살맛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접촉교육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2010년 07월 28일 (수) 17:5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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