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지공(地空) 세대의 현주소(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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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6.17)
원현린 칼럼 /
지공(地空) 세대의 현주소
도시화가 진전됨에 따라 전통의 힘은 약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지킬 것은 지켜내야 한다. 노인들이야말로 오늘을 있게 한 주역들이다. 공경 받고 대접 받아야 마땅하다. 건강이 쇠락하고 생활력이 떨어진 노인들이 가정에서마저 버림받고 학대 받는다면 갈 곳이 없다. 의탁할 곳은 너른 세상 어디에도 없다.
보건복지부가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6월15일)을 맞아 발표한 우리나라 노인학대 실태 조사 결과가 충격적이다. 조사대상 노인의 13.8%가 학대를 받은 경험이 있다한다. 학대 유형으로는 정서학대가 66.7%로 가장 많았으며 학대하는 사람은 50.6%가 자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학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는 이미 오래다. 문명국에서 있을 법이나 한 일인가. 국가는 ‘효행 장려 및 지원에 관한 법률’까지 제정해 놓고 있다. 노인복지법은 ‘노인은 후손의 양육과 국가 및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여 온 자로서 존경받으며 건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이의 실천을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수송시설 및 고궁, 능원 등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하여 이용토록 하는 ‘경로우대’ 조항을 두고 있다. 노인학대 예방과 금지규정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이 같은 조항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어쩌면 조사결과 나타난 수치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 노인이 학대를 당하고도 드러나지 않는 것은 개인적인 일인데다가 자식을 잘 못 가르쳤다는 수치감에서 감추려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사회복지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부끄럽기까지 하다. 경로사상을 고취할 수 있는 특단의 교육 과정이 요청되고 있는 시점이다.
근본과 도리를 망각한 것이다. 공자는 “공경하는 마음 없이 음식만으로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개나 말을 기르는 것과 같다”하여 마음으로부터의 진정한 봉양을 강조했다. 성경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하고 가르치고 있다.
밥을 굶기는 자식까지 있다한다. 이 같은 처지에 있는 노인들은 어쩌면 공경은 고사하고 견마지양(犬馬之養)이라도 감지덕지 하다한다.
자오반포(慈烏反哺)라는 말이 있다. 까마귀는 자란 후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어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이다. 자괴감을 느껴야 한다.
무역대국과 높은 국민소득을 구가한다 해서 선진국이 아니다. 인륜을 저버리고 물질 만능으로 치닫는 다면 문화민족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미개국가라 해야 옳다.
영국의 경제학자 비버리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라 하여 개인의 복지를 국가가 맡는다했다.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사회보장제도를 통하여 국민의 삶을 책임진다는 뜻이다. 주지하다시피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각 나라의 사회보장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공자는 나이에 따라 40을 불혹(不惑)이라하고 50을 지천명(知天命), 60을 이순(耳順), 70을 불유구(不踰矩)라 했다. 그가 오늘을 살았으면 노인으로 분류되는 시점이고 지하철 공짜 세대인 65세를 아마도 ‘지공(地空)’이라 칭했을 것이다. 지공세대들에 대한 복지 없이는 우리는 결코 자랑스런 대한민국이 아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앞에서 오는 도적은 막아도 뒤에서 오는 백발은 막지 못한다’라는 속담도 있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고 어른이 노인 된다. 누구도 세월 앞에서 장사 없다.
발표되는 국민들의 평균나이를 보면 80을 넘고 있으니 조만간 90을 넘어 100세를 누리는 시기가 도래 할지 모른다. 수명은 늘어가나 복지가 뒤따르지 않으면 장수의 의미가 없다. 그저 오래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 아니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자녀에게 공경 받으며 건강하게 사는 것이 진정한 웰빙(Well-being), 참살이가 아닌가 한다.
2010년 06월 17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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