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윤년에 횡액들다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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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6.17)
오광철의 전망차 /
윤년에 횡액들다
인천시 관내에서 가장 높은 산이 계양구의 계양산이다. 원래의 이름은 수주악(樹州岳)이요 안남산(安南山)이었다. 수주가 부평의 옛이름이니 그랬겠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계양산(桂陽山)이란 이 산에 자생하는 계수나무와 회양목의 한자이름에서 한글자씩 따서 계양산이 되었다고 한다. 지금 이 산에는 계수나무는 없고 회양목만 자라고 있다. 전에는 온산에 회양나무가 자생했으나 관상목으로 마구 뽑아가느라 멸종위기에 있는것이다.
전망차자가 어려서 외가가 있는 계산동에 가면 사촌들이 회양나무 가지에 도장을 판다고 들고 다니던것을 보면서 신기하게 여겼던 일이 생각난다. 도장나무라고 하던 회양나무는 속이 없어 도장 새기기가 제격이라고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회양나무의 목질이 단단해서 그랬지 속이 있고 없고는 아니었을것이다. 회양나무는 생장이 아주 느려 직경이 25㎝로 자라려면 적어도 600~700년은 걸려야 한다고 한다. 그처럼 더디게 자라는 만큼 재질이 단단하여 조각재등 고급목재로 쓰였다.
옛말에 이 나무는 한해에 한치만 자라고 윤년에는 고통을 받아 오히려 세치가 오그라든다고 했다. 자라지 않는것은 그렇다고 하겠거니와 줄어든다는것은 아무래도 과장된 말 같다. 그만큼 느리게 자란다는 뜻일께다. 당나라 시인 소식(蘇軾)의 퇴포시(退圃詩)에 황양액(黃楊厄)이라는 귀절이 있는데 시인은 주석하면서 회양나무는 윤년이면 세치가 줄어든다고 했다. ‘황양액’은 학문이 퇴보함을 비유한 말이요 황양은 회양나무의 중국식 이름이다. 또한 천년왜(千年矮)라고도 하여 천년을 가도 난장이라고 하니 과연 옳다는 생각이다.
회양나무는 키가 작음으로 해서 공원이나 정원에 많이 가꾸어진다. 둥글게 전정하여 화단 가장자리에 울타리 처럼 심는다. 따라서 누구든 많이 보아 익숙하지만 그것이 회양나무인지는 미처 모른다. 뿐만아니라 우리 한반도의 함경도만 제외하고는 어디서든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잘 자란다고 한다.
청천동 장수산 벨트웨이 조성사업으로 지난봄 회양나무 따위를 심었다고 한다. 장수산과 계양산은 지척이니 잘 자라겠다.
2010년 06월 17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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