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의 교육의 눈/홀로서기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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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10. 5.20)
홀로서기
교육의 눈
경인년의 봄은 참으로 유별났다.
춥고, 비도 많이 오고, 게다가 철없는 마지막 눈, 종설까지 여는 봄과 많이 달랐다.
하지만 나에겐 기쁘고, 아름다운 봄이었다. 그 이유가 작은 아들을 결혼시킨 것이다.
올리브의 햇순 같았던 자식들이 성장해 하나, 둘씩 떨어져 나갔다.
떨어지는 아픔보단 기쁨과 행복이 더한 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아들에게 줄 칼, 도마, 행주 등을 싸면서 나의 신혼시절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지고, 코끝이 찡해 온다.
32년 전 시골 농부의 아들은 쌀 한 자루와 김칫독 하나, 간장 항아리 하나 그리고 냄비, 숟가락, 바가지, 부엌칼, 도마 등 시골살림을 싸서 용달차에 실고 홀로서기를 했다.
당신의 입에 있는 것까지도 주고 싶으셨던 어머니는 동구 밖까지 따라 오시며, 눈물을 훔치셨다.
부디 잘 살라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너무나 선명하게 머리에 남아 있다.
지금의 내 모습, 내 마음이 그 마음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20~30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자식의 도리, 효를 다하지 못한 것에 때늦은 후회를 해본다.
인간 백행의 근본이 효라고 하는 데 과연 효를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항상 부족하고, 후회스러운 것이 효가 아닐까 생각한다.
효는 부모님을 잘 섬기는 일로 효행과 효도는 그 행실과 도리인 것이다.
뿌리 없는 나무가 없고, 근원이 없는 샘이 없듯이 부모 없는 자식은 없다.
과거의 효가 살아계신 동안 봉양하며, 돌아가신 뒤에 상을 치르고, 제사를 모시는 일이라면 현재의 효는 학교, 가정, 그리고 사회에서 자기의 본분을 다하고,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효경에 의하면 효의 시작은 신체발부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라 훼손하지 않음이고, 효의 끝은 입신 행도하여, 이름을 후세에 떨침으로서 부모님을 빛나게 하는 것이라 하였다.
입신이란 글자 그대로 몸을 세우는 것이며, 독립이자, 홀로서기인 것이다.
홀로서기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첫번째는 신체적 홀로서기 즉, 젖떼기와 걸음마인 것이고, 두번째는 경제적 홀로서기이다.
사회에 진출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스스로 먹고, 살더라도 도둑질이나 사기 등을 한다면 행도 차원에서 효도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름을 떨쳐 부모님을 빛나게 하는 것이 효의 끝, 완성이라고 했는데, 사람은 어릴 적에는 누구의 아들, 딸이라든지 뉘 집 자식이라고 하지만, 자식이 성장해 이름을 떨치면 반대로 누구의 부모님이라고 해 부모님의 이름을 빛나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이다.
요즘은 취직하기도 어렵고, 결혼하기도 어려운 시대인 것같다.
먹고 살기가 힘들어서인지, 먹고 살만해서 그러한지 젊은 사람들의 결혼 연령이 점점 늦어지고 있다.
그래서 다문화가정과 노총각, 노처녀들이 늘어나고 있다.
날 우리 부모님들과 요즘 젊은 사람들의 결혼관은 큰 차이가 있다.
옛날에는 신랑 얼굴도 보지 못하고 결혼하였지만 평생을 잘사셨다.
옛날에는 시집살이가 고추, 당초보다도 맵고, 눈멀어 3년, 귀먹어 3년, 벙어리 3년이라고 해 죽을 고생하러간다 라는 각오를 하고 결혼을 했다.
그러나 신랑의 사랑과 자식의 재롱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돼 고된 시집살이를 참아냈다.
그러나 요즘은 너무 좋을 것이라고만 기대를 해 양보하거나, 참을성 없이 자기주장대로만 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혼하는 경우도 많고,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은 것같다.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일이 많이 있겠지만, 양지의 효를 하기 위해선 홀로서기를 잘해야 할 것이다.
이름을 떨치지는 못하더라도 직업을 갖고, 적령기에 결혼을 하는 것이 큰 효도 중에 하나이다.
큰 아들을 3년 전에 결혼시키고, 작은 아들마저 결혼시키면서 부모의 임무, 역할을 조금이라도 한 것 같아서 나에게는 금년 봄이 아름다워 보였다.
금전만능과 개인주의 시대에 인성교육, 효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최종설 인천중앙도서관장
2010년 05월 20일 (목) 21:4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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