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려라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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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6.24)
원현린 칼럼 /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려라
선거도 일종의 전쟁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그 싸움이 끝났다. 평화 시에는 투사(鬪士)보다는 능력 있고 성실한 일꾼이 요청된다. 강을 건넜으면 배를 버려야 한다. 배는 물을 건널 때만 필요한 물건이다. 배는 수륙양용, 다목적으로 쓰이는 물건이 아니다. 선거전에서 승리하여 구성된 지방정부 인수위원회는 점령군이 아니다. 감사위원도 아니다. 하지만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당선자 측 인수위의 며칠 안 되는 활동을 지켜보고 있노라니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인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공무원은 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돼 있다. 마치 인수위에 인사권이라도 있는 것처럼 공무원을 불러 호통치고 훈계까지 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인수위의 고자세는 광역과 기초를 가리지 않고 행해지고 있다한다. 지나간 세월에 대한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이.
인수위는 당선자가 취임에 앞서 업무를 파악, 취임 후 시행착오 없이 지방행정을 원활히 이끌어 가도록하기 위함이 그 목적이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인수위의 지나친 행위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본분을 망각하고 있음이다. 방대한 자료를 갑자기 요구하는가 하면 툭하면 오라가라하여 행정의 공백마저 초래하고 있다. 누차 지적도 있었으나 여전하다한다. 인수위의 지나친 행동이 당선자의 뜻과 같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당선자에게 누가 됨을 알아야 한다. 종국에는 인수위원 선정자인 당선자의 책임으로 돌아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인수위의 행동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라면 ‘호가호위(狐假虎威)’가 맞지 않을까 한다. 당선자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리려는 듯 기고만장한 모습들이니까.
지방정부의 인수위는 법적기구가 아니다. 선거가 끝난 후 당선자가 업무 인수를 위해 구성한 임의기구다. 인수 작업이 끝난다하여 인수업무 활동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곧 공무원 신분을 취득하는 것이 아니다. 자치단체장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는 몇몇 자리에 한정돼 있다.
이렇듯 인수위가 잡음을 빚자 지방정부 인수위를 법제화하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도화 된다 해도 인수위원들에 대한 자격검증을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별의 별 인사가 다 인수위에 들어있다 하여 말도 많다.
수분지족(守分知足)이라 했다. 제 분수를 지키라는 뜻이다. 감이 안 되는 사람들이 완장을 팔뚝에 찬다면 그 행세를 하려들기 마련이다.
지방선거를 치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다. ‘우리는 과연 지방자치를 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있는가?’하는 의구심이다. 지난 민선4기의 경우 230명에 이르는 전국 기초단체장 가운데 40% 이상에 해당하는 수치가 뇌물수수나 선거법 위반 등 각종 비리로 감옥에 가거나하여 도중하차, 임기를 다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행정에는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이지 않음은 법과 제도에 의해 나라가 움직이고 있음이다. 광역이던 기초이던 일개 자치단체장이 바뀌었다하여 이전의 행정 전반이 깡그리 바뀐다면 엄청난 부작용이 뒤 따를 것이다. 이을 것은 잇고 끊을 것은 끊더라도 철저한 검토 후에 이루어져야 하겠다.
처음을 보면 끝을 알 수 있다했다. 자치단체장이 취임도 하기 전에 인수위라는 미명하에 하는 일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출범을 앞둔 제5기 지자제의 앞날을 걱정치 않을 수 없다.
이제 며칠 있으면 새 자치단체장들이 취임 한다. 선거 당시 내건 슬로건은 하나같이 ‘잘 사는 내 고장’ 이었다. 취임 일성도 ‘주민복지 향상’일 게다. 초심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2010년 06월 24일 (목)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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