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나채훈(65회) 韓中日 삼국지/좌·우 진보와 보수 대결을 넘어서려면(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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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9.10.31)
좌·우 진보와 보수 대결을 넘어서려면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역사소설가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는 작금이다. 정치와 공적 직무 수행에서의 부정과 위선이 대결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사실 우리 정치에서 중요한 판단의 기준, 또는 편 가름의 표지가 되는 것은 좌나 우, 또는 진보라든가 보수라는 구분이다.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흔히 좌나 우, 진보 또는 보수라는 이름으로 딱지가 붙는다.
‘좌나 우’라는 말에는 우리 역사 또는 세계사적인 테두리에서 보면 연상되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그것은 혁명이나 잔학한 유혈 투쟁까지도 연상하게 하는 정치 관용구이기도 하다.
진보와 보수, 정치 프로그램으로서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보는 무엇을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것이며 보수는 무엇을 보존하고 지키겠다는 것인지…….
지금의 관점에서 그 어느 쪽도 유혈 투쟁으로 어떤 정치적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건 아닐 것이다. 계속해서 깜짝 놀랄 만한 큰 변화가 연속되는 한국의 현실 속에서 좌나 우, 진보나 보수 모두가 별 차이 없이 추구하는 것은 분명코 국민의 보다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어가는 일일 것이다.
달리 말하면 지금까지 이뤄온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과를 더욱 공고히 다지고 국민에서 내일의 희망을 갖게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터. 물론 그것으로 나아가는 속도나 목표의 종착점은 일치하지 않을 것이지만.
그런데 우리의 진보와 보수는 마치 무찔러야 할 원수처럼 지지하는 국민을 부추기고 분열시키며 서로 적대시하게 만들려는 정치꾼들의 선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정치적 중립을 굳게 하는 것도 해답이 될 수는 없다. 그것 역시 어느 한쪽의 이익을 옹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 정치의 개입을 배제하는 것도 그렇다.
흔히 정치의 시장 개입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경제의 자유와 번영을 확보하는 방편이라는 주장은 자유시장 경제를 말하는 이론에서 보면 기본적인 신조다. 또 그것은 근본적으로 시민의 자유를 수호하는 방편이라고도 말해진다.
꼭 그럴까? 다른 관점에서는 이런 자유시장론이 기득권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려는 것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자유시장에 대한 삶의 왜곡을 정치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어떤 명분을 갖고 있든 정치는 특정 집단 또는 개인의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것이 국가 이익을 수호하는 것이라면 동시에 그 이익에 관계되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되는 경우도 매우 흔히 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석유 자원이 풍부한 나라에서 그 개발권이 그렇게 활용되는 것은 너무나 익숙한 사례다(석유 자원이 국가 소유가 되면서 사실상 그 소유권에서 생겨나는 이익은 소수 특권자들의 전유물이 되게 하는 일 따위).
이렇듯 정치의 결정은 특히 권력 투쟁에 있어서나 관계자의 사익을 챙기는 데 있어서 숨겨진 의도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 그걸 의도적으로 감추기 위해 또는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선전술에 사로잡히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나온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구절은 이제 천하의 명구(名句)가 됐지만 그것은 구체적 현실에 쉽게 연결될 수 없는 것으로 봐야 한다. 사실적으로 크게 호소력을 가질 수 없겠으나 반대하는 입장에서도 무슨 수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되돌아볼 때가 됐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인가. 보다 균형과 조화를 갖춘 나라로 향하는 게 우선이다.
부유층은 부당한 축재를 억제하고 다른 계층의 국민들의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써야 한다.
그리고 완전고용, 건강 유지와 교육 기회의 공정성 등 여러 사회 안전보장 제도를 만드는 데 힘을 합해야 한다. 우리 정치가 편 가르기를 멈추고 보다 유연한 개념으로 지향하는 사회 이상을 내놓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잘잘못을 떠나서 생각을 정리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정치와 국민이라면 결국 위태로워지는 건 우리의 미래이고 사라지는 건 우리의 희망일 뿐이다. 정치인들의 자기 만족 행위가 멈춰지고 국민은 보다 윤리적으로 바뀌어야 할 텐데.
2019.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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