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하늘의 뜻은, 옳은가 그른가! (天道, 是耶非耶)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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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4. 8)
원현린 칼럼 /
하늘의 뜻은, 옳은가 그른가! (天道, 是耶非耶)
천수답은 하늘만을 바라보는 논이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농작물을 경작할 수가 없다. 가뭄에 대비하지 않고 하늘만 쳐다보다가 끝내는 농사를 망친다. 그러면서 “하늘도 무심하지…”하고 애꿎은 하늘을 원망한다.
백전백승의 용맹을 자랑하던 초패왕 항우는 유방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패하여 도주하다 오강에 이르러 자신의 지나친 오만과 자만으로 패전한 것을 인정치 아니하고 “하늘이 나를 돕지 않는구나!”하고 하늘만을 원망했다.
중국 전한시대의 역사가 사마천은 흉노와의 싸움에서 중과부적으로 패한 이릉을 비호하다가 한 무제로부터 역린(逆鱗)을 건드린 죄로 화를 당한다. 그는 죽음보다 더한 치욕적인 궁형을 당했다. 그러면서 하늘을 원망하며 다음과 같이 울부짖었다. “천도(天道), 시야비야(是耶非耶)” - 하늘의 도는, 과연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세상의 불공평함을 한탄하고 하늘의 정의로움을 의심한다는 말이다.
동양에서는 예부터 하늘을 숭배해 왔다. 하늘은 지극히 공명정대하고 정의롭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번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실종 승조원 구조 작업 시 백령도의 짓궂은 날씨를 보면서 필자도 하늘을 원망해본다.
온 나라가 비통에 싸여있다. 고 한주호 준위의 고귀한 살신성인에 이어 실종 승조원 구조에 나섰던 저인망 어선 금양호의 침몰과 선원들의 잇따른 변고 소식에 우리는 또 한 번 하늘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든 건 끝났다. 실종자 가족들이, 구조에 따른 더 이상의 추가 희생은 없어야 한다며 구조 중단 결단을 내렸을 때 온 국민이 함께 울었다. 이날 하늘도 울고 바다도 울었다. 쉽지 않았을 결단에 다시 한 번 숙연히 고개가 숙여진다.
실종 승조원의 구조가 한창이던 때에 날씨도 험악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인간의 접근을 허락지 않은 것이다. 승조원 구조작업이 한창이던 때에 백령도 앞바다는 거센 풍랑이 일었고 비가 내렸다. 말 그대로 하늘도 무심했다.
인천 앞바다에서는 선박 침몰사고가 왕왕 일어난다. 언제 또 다시 해난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그 때마다 침몰선박을 인양하느라 애를 먹는다. 악천후와 심해에도 견딜 수 있는 첨단구조장비의 개발이 시급하다. 지금 첨단과학의 시대를 구가하고 있지만 자연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한계가 안타깝다.
우리는 바다를 메워 비행기를 띄우고 내리게 하고 있다. 고산준령을 깎고 뚫어 고속도로도 낸 우리다. 우주를 정복한다며 우주선까지 쏘아 올리고 있다.
이번 초계함 침몰사고를 보면서 생각해본다. 부끄럽지만 우리의 해난구조장비가 형편없음이 드러났다. 넓디넓은 태평양이나 대서양 한복판도 아니다. 바로 우리 앞마당 같은 코앞에 있는 바다다. 차디찬 바다 저 깊은 곳에 사랑하는 우리 아들들이 잠겨있는데도 속수무책인 우리가 한 없이 부끄럽다. 능력 없음에 땅을 치고 통곡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상이 이런데도 국민소득이 2만~3만 달러니 하고 운운 할 수 있는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기상을 악화시켜 침몰함의 인양작업을 어렵게 만드는 하늘과, 잠들지 않고 거센 파도를 일으키는 바다가 한 없이 원망스럽다. 하지만 언제까지 무심한 하늘만을 탓할 수는 없다. 우리는 언제나 사후약방문이다. 일이 터지고 나면 그 때가서 허둥댄다. 말로만 유비무환이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고에서 위기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가 위기관리시스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
2010년 04월 0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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