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돈을 아끼려거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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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3.16)
/오광철의 전망차
돈을 아끼려거든
갈치는 칼 같이 생겼다고 해서 갈치이다. 그렇다면 ‘칼치’라고 했어야지 어찌 갈치라고 했으랴 싶지만 신라시대에 칼을 ‘갈’이라고 했다니 그 때부터 갈치라고 했던 것 같다. 지금도 옛 신라권역 외의 지역에서는 칼치라고 칭한다고 한다. 그 시절 신라 왕실에는 부산의 기장 갈치가 대량의 진상품으로 사랑을 받았다고 전한다. 한반도 연해는 예부터 갈치의 산지였다.
열대와 온대에 걸쳐 분포하는 어종으로 우리나라 연안과 동지나해에서 많이 잡혔었다. 지구상 난해역에 서식하는 갈치여서 일본의 세도아나이까이 대만 필리핀 동인도제도 인도양 등지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제주도 남방에서 월동한 갈치는 수온이 상승하는 4월쯤에 남해안으로 북상하며 수온이 내려가는 10월 다시 남하한다.
갈치는 몸 길이가 1.5m나 될 만큼 몸체가 길다. 입이 넓고 날카로운 이빨로 그 식성을 짐작하겠거니와 육식성이 왕성한 물고기이다. 멸치 밴댕이 등을 닥치는대로 잡아 먹는다. 이렇게 게걸스럽게 잔뜩 먹이를 먹고 나면 마치 계란을 삼킨 뱀처럼 배가 볼록해진다. 주낙으로 낚시잡이하는 어부들도 미끼가 떨어지면 갈치 꼬리를 잘라 대용할 정도라고 한다. 친한 사이면서 서로 모함한다는 뜻의 ‘갈치가 갈치 꼬리를 서로 문다’는 속담은 먹이가 모자라거나 마땅치 않으면 제 꼬리까지 잘라 먹고 사는 갈치의 거친 습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잘 잡혔던 만큼 갈치는 우리 식생활에 크게 기여했다. 듬성듬성 토막내 양념장에 조리기도 하고 소금 발라 구워먹는 자반갈치는 일품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무를 넣고 끓여 국으로도 먹는다. 전해오는 속담에 ‘돈을 아끼려거든 절인 갈치를 사 먹는다’고 했음은 그 만큼 예로부터 갈치값이 저렴해 사랑받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획량이 줄어 비싼 물고기가 되므로 밥상에 오르기가 어렵게 되었다. 한때 북한산과 중국산이 들어와 어민을 울린 적도 있었다.
선거 때 갈치를 선물한 농협조합장이 입건됐다고 한다. 선거판에조차 끼어들다니 갈치 위상이 높아진 것일까. 체면이 깎인 것일까.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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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3-15 1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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