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까치설날 때때옷(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0. 2.11)
오광철의 전망차 /
까치설날 때때옷
옛 세시기에는 전해 오는 풍속들이 소상하게 기록돼 있다. 고맙게도 세시행사 때에 쓰여지는 의복이나 음식 만들기 등인데 이로 인해 옛 풍습이 지금까지 고스란히 지켜져 오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동국세시기는 예로부터 남녀노소 모두가 새옷을 설날에 차려 입는다고 했다. 이것이 ‘설빔’이요 설빔은 설을 맞으며 몸을 치장하기 위한 새옷으로 모자나 신발이 포함된다.
‘설빔’은 ‘설비음’에서 ‘비음’이 줄어들어 생긴 말이다. 아름답게 꾸민다거나 곱게 단장하다 혹은 빗으로 ‘머리를 빗다’의 ‘빗음’이 빗음→비음→빔으로 됐다는 것이다. 남의 눈에 들도록 겉만 꾸미는 일을 ‘눈비음’이라 하는 것도 같은 예이다.
다시 말해 설빔은 설을 맞으며 몸을 단장하는 새옷이다. 이것을 ‘설치레’ 혹은 歲粧(세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몸을 차리는 날이 설날만이 아니니 그래서 명절빔도 있었다. 그런데 어린이들의 설빔을 특별히 때때옷 까치옷이라고 하고 색동저고리를 ‘까치저고리’라고 했다. 그리고 어른들이 설날 아침에 새옷으로 갈아입는데 비해 어린이들은 ‘작은설’이라는 섣달 그믐날 저녁에 미리 입었다. 이날을 까치설날이라고 한 것과 관련이 있는 듯 한데 저마다 설빔으로 차려 입고 밖에 나와 또래들에게 자랑하듯 서성거렸다. 여자아이들은 金자 박은 갑사댕기로 머리를 땋아내리고 주머니를 찼다.
설빔을 짓는 옷감은 가을 추수 후 살림에 여유가 생길 때 혹은 섣달전의 마지막 장날인 소위 대목장에 나가 미리 마련해 두었다가 옷을 지었다. 식구 대로 옷을 지어야 하므로 부녀자들은 몇 밤이고 밤을 지새며 바느질을 했다. 그런데 인천여성복지관 전통한복반에는 설날 가족의 설빔을 짓는 부녀자들로 진작부터 바빴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제 사나흘 후면 설날이다. 배다리 중앙시장 한복가게에 자녀를 동반하고 설빔을 찾는 어머니들 모습이 신문 지면에 보인다. 중앙시장은 오랫 동안 옛 경기를 회복하지 못한 채 몇 몇 한복가게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어색하고 불편한 듯 푸대접 받는 한복 신세와 같다. 새봄에 기지개 펴듯 되살아났으면 한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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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0 19: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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