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특별기고/매화꽃 같은 내 누님(10.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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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기호일보(10. 3.15)
매화꽃 같은 내 누님
특별기고 / 최종설 인천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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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유행가의 한 구절처럼 오랜 친구 같은 사랑스런 누이,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누이, 예쁜 미소와 예쁜 마음으로 내 마음을 감싸주는 누이, 나의 가슴에 언제나 사랑스럽고 애틋하게 다가오는 사연이 많은 누님이 사신다. 사연인즉, 나에게는 친 누님이 3분 계신다. 그러나 이 누님은 친 누님이 아니라 고등학교 동창의 누님이시다. 고등학교 때인 1968년 김포와 전남광양에서 인천으로 유학을 온 나와 친구인 김준배, 어리벙벙한 시골촌닭들이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며 우정을 쌓았던 가장 친한 친구였다. 공부도 잘하고 똑똑한 친구였는데 꿈을 이루지 못하고 수많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채 10여년 전 세상을 떠나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 고향의 뒷산에 잠들어 있다.
친구의 장례식장에서 처음으로 만난 누님은 오래 전부터 잘 아는 사람 같은 친근감이 들었다. 물론 친구에게서 지리산 피아골에 누님이 사신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며 대구의 장례식장을 떠나오는 나에게 동생의 죽음을 뒤로 한 채 이별이 아쉬워 멀리까지 따라오시며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 배웅하던 누님의 모습이 아름다운 전율로 내 뇌리에 새겨졌다. 그 후로 누님과 나는 죽은 동생을 대신해 위로와 안부를 전하며 서로 마음의 정을 쌓았다. 휴가철에는 지리산 피아골을 찾았고, 왕시루봉 기슭에 매달린 그림 같은 집에서 고향의 정취를 느꼈다. 죽은 동생을 보듯이 반갑게 맞아 주시는 누님은 천사와 같은 모습이었고, 깨끗하게 열심히 살아가시는 누님의 삶은 존경을 넘어 나의 우상이 됐다.
초등학생만한 체구에 아름다운 눈, 까무잡잡한 얼굴, 투박한 손, 뽀글이 파마의 누님은 모든 면에서 성실 그 자체이시다. 몸빼 차림으로 눈이 아직 녹지 않은 피아골 왕시루봉의 8부 능선을 누비며 고로쇠물 채취로 일 년을 시작해 녹차재배·산나물채취·토종꿀·논농사·밭농사·가축사육·밤농사 등 정말로 바쁘고, 알뜰하게 사시는 분이다. 신앙생활도 열심이신 누님은 68세의 연세에도 외손자 3명을 돌보시면서 안타깝고 애처로울 정도로 열심히 그리고 고된 나날을 사신다. 지리산의 다람쥐·반달곰 같은 그리고 천왕봉기슭에 청초하게 핀 야생화 같은 나의 누님 김옥숙! 누나가 아니라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시사철 모든 것을 챙겨주신다. 고로쇠 물로부터 가장 좋은 녹차, 온갖 산나물, 쌀, 감자, 밤, 토종꿀까지 무공해 자연산식품을 정성을 다해 보내신다. 한 모금 한 모금, 한 톨 한 톨을 먹고, 마실 때마다 누님의 따뜻한 사랑을 느낀다. 정말로 엄마같이 아름답고 포근하고 따뜻한 누님이다.
봄날 아지랑이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누님의 모습은 매화·산수유·개나리·진달래·목련보다 더 아름답다. 오늘도 고로쇠 물을 받기 위해 춘설이 덮인 지리산 능선을 다람쥐처럼 뛰어 다니실 피아골의 누님을 생각하면 목이 메여오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가슴이 저려온다. 그래서 나는 이 누님을 사랑한다. 아니 영원히 죽는 그날까지 사랑할 것이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고 눈도 무척 많이 와 어릴 적 고향의 모습이 떠올랐다. 3월 10일인데도 눈이 많이 왔다. 이 눈이 마지막 눈인 종설일까, 아니면 제일 마지막에 오는 최~종설일까? 눈꽃이 아름다운 봄이 오는 길목에서 봄꽃처럼 피어있을 누님을 생각하며 올 봄도 매화꽃을 닮은 누님같이 아름답기를 기원해본다.
2010년 03월 14일 (일) 15:5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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