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부판벌레와 청렴(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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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1.14)
원현린 칼럼 /
부판벌레와 청렴
기어 다니다가 무엇이든 물건을 맞닥뜨리면 등에 짊어지는 버릇이 있는 부판벌레가 있다. 이 곤충은 종국에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에 짓눌려서 일어나지 못해 깔려 죽는다. 게다가 높은 곳에 오르기를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기를 쓰고 오르다가 끝내는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죽고 만다. 지나친 욕심 때문에 제 수명을 다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더 많은 재물을 모으려하고 더 높은 벼슬에 올라 더 많은 녹봉을 탐하는 인간의 욕망을 한 곤충을 빌어 풍자한 중국의 우화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때는 위로는 전직 대통령부터 아래로는 미관말직에 이르기까지 공직자들의 뇌물수수기사가 언론에 오르내리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였다.
국가공무원법 제61조에는 ‘공무원은 직무와 관련하여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사례·증여 또는 향응을 주거나 받을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윤리헌장 중 공무원의 신조에는 ‘생활에는 청렴과 질서를 체질화하여 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한다.’라는 항목이 있다. 공무원의 6대 의무에 성실의무, 복종의무, 친절공정의 의무, 비밀엄수의 의무, 품위유지의 의무와 함께 청렴의 의무가 있다.
최상위법인 헌법은 제3장 국회에 관한 조항 중 제46조 첫 항에 ‘국회의원은 청렴의 의무가 있다.’라고 ‘청렴의무’를 맨 앞에 명문화 하고 있다. 대통령도 헌법상 광범위한 권한이 있지만 의무도 있다. 대통령의 의무는 각 나라와 헌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헌법준수의 의무, 영업활동의 금지, 겸직의 금지, 청렴의 의무 등을 드는 것이 보통이다.
이렇듯 우리 법령 도처에는 ‘청렴의무’ 조항이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공직자들이 못미더워서가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몸가짐을 뒤돌아보고 채근하라는 의미일 게다. 청소를 매일 해야 깨끗한 것과 같다는 얘기다. 한번 쓸고 닦았다하여 그냥 버려두면 먼지는 또 다시 쌓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거울도 닦지 않으면 그 맑음을 유지할 수가 없다.
예전에도 공직사회가 부패하기는 오늘날과 같았던 모양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청렴에 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염자(廉者) 목지본무(牧之本務), 만선지원(萬善之源), 제덕지근(諸德之根)’-청렴이라는 것은 목민관의 본연의 임무이고, 모든 선행의 근원이며, 모든 덕행의 근본이다.-
역사상 청백리(淸白吏)의 사례는 많다. 한 예를 들어보면, 청백리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조선조 정승 황희는 맏아들이 벼슬길에 나아가 참의가 되어 고대광실을 짓고 잔치를 벌이자 “선비가 청렴하여 비새는 집 안에서 정사를 돌보아도 나라일이 잘 될지 걱정인데 관리가 사는 집이 이렇게 호화스러워서야 누가 의심하지 않겠는가. 누가 뇌물이 오가지 않았다고 믿을 것이며, 누가 깨끗하고 정직한 관리라고 믿어주겠는가.”라고 꾸짖고는 아들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때 정부는 공무원윤리헌장에 담긴 공직자사명과 실천 강령을 생활화하기 위해 충성, 청렴, 정직, 봉사의 자세로 전 공무원의 귀감이 되며 공무원의 사표(師表)가 될 만한 청백리를 발굴, 포상해 온 적이 있었다. 지금은 형태는 다르나 지방자치단체와 기관별로 시행하고 있는 줄로 알고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청렴한 공직자의 덕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천시와 산하 기초자치단체들에 이어 인천시 교육청도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부패지수, 계약 및 관리, 인사업무 분야에서 전국 평균을 밑도는 낙제점을 받았다 한다.
매일 매일 새롭게 생각하고 거듭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때가 낀다. 공직자 한사람 한 사람이 청렴정신으로 청렴행정을 실천해 나갈 때 우리 공직사회도 맑아지리라 믿는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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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13 18: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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