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지용택(56회) 칼럼/고름을 빨아내는 오기(吳起) 장군(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10. 1.18)
고름을 빨아내는 오기(吳起) 장군
지용택 칼럼
춘추시대에 이어 B.C.403년부터 시작해 진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는 B.C.221년까지의 200여년을 전국시대라 한다.
전국이라는 이름처럼 이 시대는 중국 전역이 살벌한 전투로 밤을 지새우던 시절이었다.
후세의 학자들은 당시 중국 인구를 2천여만명으로 추산하는데 그 중 남성인구가 절반, 또 그 절반을 성인남성으로 계산한다면 당시 중국 성인남성의 거의 대부분이 군인이었던 셈이다.
진나라 백기(百起) 장군이 조나라 군을 격파한 뒤 포로 40여만 명을 생매장한 장평전투를 비롯해서 진나라와 싸워 죽은 상대 군인수가 160만명이라 하는데 여기엔 진나라 군의 전사자들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이다. 진나라 이외 나라들의 전투까지 헤아린다면 당시 전쟁으로 목숨을 잃은 병사와 민간인 사상자수는 부지기수라 해야 한다. 들판에 시체가 널려있지 않은 날이 없었으니 생각만해도 참으로 끔찍하고 비참한 일이다.
명분상 천하의 주인은 주나라의 왕실이지만 허울뿐이었고 그 주위에 일곱 제후국의 왕들이 부국강병이라는 기치 아래 세상의 인재를 찾으니 이에 응한 사람들을 세객이라고 했다.
이들은 귀족 출신도 아니고 내세울 만한 가문을 배경으로 했던 사람들도 아니었기 때문에 대체로 가난했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 천하를 움직일만한 각자의 이론으로 무장하고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찾아 이나라 저나라로 주유했다. 그 수가 얼마나 많았을까.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대개 합종책과 연횡책이다.
전자는 진나라 이외의 제후국들이 서로 연합하여 강국 진나라와 맞서는 책략이고 후자는 자신의 안전을 위해 강대국인 진나라의 의도에 따라 다른 약소국을 공격하는데 협조하는 것을 말한다.
합종책으로 대표되는 사람이 소진(蘇秦)이고 연횡책으로 뜻을 이룬 사람이 장의(張義)인데 이 둘은 세치 혀로 천하를 어지럽게 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소진이 동시에 육국(六國)의 재상이 되어 고향을 찾으니 자신에게 항시 면박을 주던 형수까지도 머리를 조아린다. "나는 똑같은 사람인데 가난할 때에는 나를 경시하고 부귀해지자 친척까지도 나를 경외하니 하물며 일반사람이야 오죽하랴!" 하고 탄식한다.
또 장의는 초나라에서 뜻밖의 봉변을 당하여 수백대의 매를 맞고 간신히 살아남았는데도 아내에게 "내 혀를 보시게. 아직 붙어있지 않은가!"라고 여유를 부렸다.
이 시대의 세객들은 원칙도, 도덕도 없는 세상에서 주군의 입맛을 일찍 알아내어 성공하고 출세하는 재능은 있어도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하는 부민정책에 소홀했다는 치명적인 결함으로 인해 역사의 비판을 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세대에도 단연 돋보이고 개성 있는 인물이 있다. 그는 세객이며 장군, 또 재상이기도 했던 오기(吳起)를 들 수 있다. 사마천이 '사기(史記)'에 기록한 것을 그대로 적어본다.
오기는 장군으로 있을 때 가장 지위가 낮은 병사들과 같이 먹고 잤으며 잠잘 때에도 자리를 깔지 않았다. 행군할 때에는 말을 타지 않았고 군량미를 직접 둘러메고 병사들과 고통을 나누었다.
오기는 한 병사가 종기로 고생하자 그를 위해 입으로 고름을 빨아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가 통곡하자 어떤 이가 그 영문을 물었다. "당신의 아들은 일개 병사인데도 장군이 직접 나서서 고름을 빨아주었습니다. 이것이 어째서 통곡할 일입니까?"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다. "그 때문에 우는 것이 아닙니다. 오기장군은 예전에도 그 아이 아버지의 고름을 빨아 준 일이 있었는데 장군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장렬히 싸우다가 결국 적의 손에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제 장군이 아들의 고름을 빨아 주었으니 그 아이 또한 장군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니 아들 또한 어느 전장에서 죽게 될지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시장, 도지사, 교육감, 군수, 청장 그리고 지방자치의원에 당선되기 위해 출사표를 던질 것이다.
나는 그분들에게 오기와 같은 철학과 생활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소에 시민들과 함께 아픔을 얼마나 나누었는지 또 동지는 얼마나 얻었는지 묻고 싶다.
경쟁자가 많은 것은 긍정과 부정의 동력을 분출시켜 조화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좋은 것이긴 하지만 남이 가니 나도 간다는 식의 시류에 편승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전국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선거판에 자기 자신의 출세와 영달만을 쫓는 세객은 필요없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이 나 하나만은 아닐 것 같다.
종이신문정보 : 20100118일자 1판 16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10-01-17 오후 8:15:31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