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고드름 자르기(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0. 1.18)
오광철의 전망차 /
고드름 자르기
‘고드름 고드름 수정 고드름/고드름 따다가 발을 엮어서/각시방 영창에 걸어 놓아요’
예전에 부르던 동요이다. 발상이 재미있다는 생각이다. 지금은 가옥의 구조가 달라져서일까. 고드름 보기가 어렵다고 하거니와 고드름은 추녀에 매달리는 길다란 얼음이다. 지붕의 눈이 녹아내리다 얼면서 생기는데 본래는 ‘곧은 얼음’이라는 말이었다. 처음에는 뜻이 분명했으나 발음이 심하게 변하면서 얼음이란 뜻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고드름이 생기려면 따뜻한 온도와 차가운 온도 두 가지가 동시에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두 가지 기온이 같은 곳에서 동시에 있을 수가 없더라도 햇볕을 받는 면의 각도 차이로 이뤄진다고 한다. 즉 눈이 있는 지붕과 햇볕이 내리는 각도가 60도가 되고 지면과 햇볕의 각도가 20도라면 지붕은 지면보다 3배의 열을 받아 눈이 녹게 되는데 녹은 물이 추녀 끝에 왔을때는 기온이 낮기 때문에 낙숫물로 떨어지지 않고 얼어붙는 것이라고 한다.
예전엔 섣달 그믐께면 고드름으로 이듬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 그 만큼 어렵던 시절이므로 자연의 조화가 모두 조짐으로 보였던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처마에 매달린 고드름이 많이 매달리면 다음해 시절이 좋겠다고 여겼다. 전남지방에서도 고드름이 많이 그리고 크게 달릴수록 다음해 농사가 잘된다고 믿었다. 고드름은 수수나 조같은 이삭을 상징했다.
몇 년전 외신에 모스크바에서 고드름을 제때 자르지 않으면 벌금을 물린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그해 모스크바에는 예년에 비해 눈이 배 이상 내려 신속히 제설작업을 하느라 통행 불편은 겪지 않았으나 문제는 고드름이었다. 곳곳에 주렁주렁 달린 고드름이 떨어져 인명피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2000~2003년 간에 사망 4명, 부상 110명, 차량파손 600대의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시당국은 조례로써 고드름을 제거할 의무를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를 어길 경우 3만루불(한화 120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했었다. 고드름을 제거하는 구조대원의 기사를 보면서 그때 일을 회상해 본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10-01-17 16:52:40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