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답지 못한데서 오는 것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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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1.21)
원현린 칼럼 /
답지 못한데서 오는 것들
‘인간이 인간이면 다 인간이냐 인간이 인간다워야 인간이지’라는 말이 있다. 누구나 스스로가 현재 처한 위치다워야 한다. 예전에도 ‘군주는 군주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고 했다. 만약 군주가 군주답지 못할 때 신하는 신하답게 목숨을 걸고 간하고 그래도 고치지 않을 때 역성혁명도 가능하다 했다.
일본 검찰이 자국의 최고 정치실권자를 대상으로 검찰권행사를 하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필자는 언젠가 본란에서 ‘도시락 검찰’이라 해 일본 동경지검 특수부 검사들을 극찬한 적이 있다. 그 만큼 성역 없는 수사를 한다는 뜻에서였다. 이번에 또 다시 이들 검사들이 일을 내고 있다는 소식이 연일 들려오고 있다. 외국의 한 국가에서 집권당의 부정 혐의를 잡고 그 나라 검찰이 수사하는 것을 놓고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힘있는 권력에 검찰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을 보고 우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들을 갸우뚱 할 수밖에 없을 게다. 부럽기도 하다는 것이 우리 시민들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우리는 보질 못한 모습이니까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 검찰이 그렇지 못하니 뉴스거리가 된다 한다.
유무죄 여부는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재판결과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일단은 검찰은 정권의 실세에 칼끝을 겨누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동경지검 특수부는 성역 없는 수사, 소신 있는 수사, 상부의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수사로 정평이 나있다. 이러한 연유에서 일본 동경지검 특수부는 검찰답다. 검찰이 죽은 권력이나 겨누고 하면 검찰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다. 힘있는 실세권력의 부정을 파헤치지 못한데서야 검찰답지 못하다는 것이 물으나마나 그 이유일 게다.
부정혐의를 알면서 수사를 하지 않음은 검찰로서는 직무유기다. 우리 검찰도 이번 동경지검 특수부의 활동을 지켜보면서 한 번 자성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아무리 부인해도 우리나라에 있어 검찰은 ‘권력의 시녀’ 소리를 들어야 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거듭나는 검찰상을 시민은 바라고 있다.
우리의 경우 전직 총리의 수사를 놓고 검찰과 피의자 간에 정치공작이니 정치공세니 하고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때맞추어 한 국회의원의 국회 내 폭력행위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재판권 남용이니 재판의 독립을 해하느니 하고 말도 많다. 진정 우리 풍토가 고래로 법관이 법관답고 검사가 검사답다면 이러한 잡음은 애당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회의원답지 못하니 국민들로부터 폭력의원을 소환하는 ‘국민소환’ 입법청원을 하겠다고 하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재판권을 남용하니 법원을 불신하는 풍조도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언감생심 상상도 못하던 일이 오늘날에는 시도 때도 없이 돌출되고 있는 것이다.
대법관 출신인 한 정당의 총재는 “법관의 독립은 정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지 법관 개인의 독선을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번 파동을 겪고 있는 국회의원 폭력행위에 대한 무죄 판결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번 판결과 관련, “법관의 독립은 정치적 압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은 물론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답지 못해 스스로를 망친 사례는 많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 당선돼 제4기 민선지자체장이 된 230명 중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도중하차한 지자체장 만해도 30여명에 이른다. 민선이면 민선다워야 하는데 민선답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 제명을 다하지 못한 경우다.
모두가 답지 못한데서 오는 부작용들이다. 법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사회라면 이 같은 소음은 애당초 들려오지 않을게다. 각자가 각자의 위치에서 직분에 따라 최선을 다할 때 이 땅에 정의는 이뤄진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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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0 18:4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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