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우베인의 행상 소녀(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10. 1.28)
/오광철의 전망차
우베인의 행상 소녀
미얀마의 고도 만달레이 근교에 우베인 다리가 있다. 역시 옛수도 아마라프라로 가는 길에 있는 다리다. 폭 1㎞ 정도의 호수를 가로지르는 티크 나무 목재교량이다. 160년 전 그 나라 서울이 아마라프라에서 만달레이로 옮겨갈 때 우베인이라는 시장이 가설했다고 한다. ‘베인’은 존칭이니 그저 ‘우’ 시장이다. 금방이라도 무너질듯 아슬아슬하면서도 원형을 유지하면서 용케 버티고 있다.
인근에 대학 캠퍼스가 있다고 해서 그런지 젊은이들의 통행이 잦으나 역시 관광시설이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인근 주민들이 몰려 나온다. 콘돌라와 흡사한 배로 호수 건너편에 가서 다리로 다시 건너온다. 물빠진 호수 바닥에서 다리로 오르는 계단이 있는데 제법 양철 지붕을 얹은 다락 구조의 휴식 공간도 몇 곳 있다. 거기에는 음료나 먹을거리를 파는 행상과 즉석에서 그림을 그려 파는 화가도 있다.
2005년 2월 월드비전의 미얀마 구호여행차 그 곳을 방문했을 때이다. 앙상한 구조 때문일까. 흔들리지 않는데도 불안감으로 출발지 호수 대안에 도착하자 그 곳에도 잡상인으로 혼잡했다. 대개가 목걸이 따위의 토산품을 파는 소녀들인데 상품적 가치는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 중 한 소녀가 눈에 띄었다. 모두가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데 오직 그만은 능숙한 영어로 물건을 사라고 했다. 그도 양볼에 타나카를 뿌옇게 바르고 있었다.
이름을 잃어버렸으나 12살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웠느냐고 했더니 학교엔 가보지도 못했다고 한다. 다만 물건을 팔면서 한 마디씩 배웠다고 했다. 우리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학교에서 정규교육을 받고도 영어에 벙어리가 되는데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행상 어른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2일자 인천신문의 보육원에서 혼자 익힌 실력으로 토익 경시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김모양의 기사를 보면서 전망차자는 우베인 다리에서의 행상소녀를 기억했다. 둘 다 노력형의 소녀들이었다.
여행을 하다보면 딱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우베인 소녀의 목걸이를 팔아주지 못한 것이 지금도 마음 아프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10-01-27 18:45:36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