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졸업, 또 다른 시작(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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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10. 2. 4)
원현린 칼럼
졸업, 또 다른 시작
미국 버지니아의 조그만 시골 마을에 홀어머니와 소년이 살고 있었다. 집이 가난해 언제나 그 소년의 옷차림은 남루했다. 어머니는 삯바느질과 날품팔이로 아들을 공부시켰다. 열심히 공부한 그 소년은 뉴저지주에 있는 명문교 프린스턴대학교에 입학했고 졸업을 하기에 이르렀다. 졸업식에 입고 갈 마땅한 옷이 없어 망설이는 어머니에게 아들은 옷이 무슨 상관이냐며 꼭 참석하시라고 애원했다. 어머니는 아들의 영광스런 졸업식에 참석했다. 수석졸업생인 아들은 영예로운 메달을 받았고 졸업생을 대표해서 연설도 했다. 연설을 마친 그는 단상에서 천천히 내려와 행사장 뒤편 구석에 남의 눈을 피하려는 듯이 앉아있는 어머니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어머니, 이 메달은 어머니의 것입니다. 어머니가 안 계셨다면 제가 어찌 이 메달을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하며 메달을 어머니의 목에 걸어드렸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참석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냈다. 감동적인 졸업식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 주인공이 다름 아닌 미국 제28대 대통령을 지낸 우드로 윌슨이다. 그는 훗날 모교인 이 대학교 총장을 지냈고 미국 대통령이 됐다. 노벨 평화상도 받았다. 그가 제창한 민족자결주의는 우리의 3·1운동에 영향을 끼쳤다. 그가 총장시절 당시 유학 중이던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 박사가 이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졸업시즌이다. 해마다 이 맘 때가 되면 떠오르는 인물이기에 한번 전기를 인용해봤다. 이제 다음 주부터 초·중·고의 졸업식을 시작으로 이달 중에 모든 대학들이 졸업식을 갖는다.
어느 때보다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다. 졸업을 해봤자 백수의 길로 접어든다. 최고시험인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한 취업정보 업체가 졸업을 앞둔 대학생 1천179명을 대상으로 ‘부채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72.3%인 853명이 부채가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부채는 1인당 1천125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상당수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직종과 회사에 취업하기까지 한다고 한다. 더 이상은 부채 때문에 기다릴 수가 없다는 것이 이유다.
어머니의 헌신 없이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밤늦게 공부하고 돌아오던 고교 수험생 시절부터 비싼 대학 등록금을 대기까지. 과연 오랫 동안 뒷바라지를 해 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몇이나 될까. 누구나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이다. 등록금이 없어 휴학을 거듭하다가 가까스로 졸업하는 학생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에겐 경건해야 할 대학 졸업식장에서 총장의 축사도중 야유를 보내 졸업식이 순조롭게 열리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당시에는 총장의 졸업식사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은 불과 몇에 지나지 않았다. 졸업을 할 만큼 학문이 성숙되지 않아서인지 지금도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대학 졸업식장에 아예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어떻게 다닌 학교인데 졸업식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는 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외국의 경우 총장의 졸업식사는 웅변이요 철학이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경기가 위축돼 있어 취업문이 좁다. 이로 인해 졸업생들이 교문 밖으로 나가기를 꺼리고 있다는 말까지 들린다.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대학 총장들은 졸업식사에서 철학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꿈과 희망을 잃지 말라는 격려의 문구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흔히 말하기를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들 한다. 나라가 어렵다. 당당히 사회에 나아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원하는 일을 해주기 바란다. 국가는 대학에서 올바르게 교육된 젊은 인재들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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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03 20: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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