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사법부(司法府) 너마저 !(퍼온글)
본문
퍼온곳 : 기호일보(19.11.13)
사법부(司法府) 너마저 !
/원현린 주필(主筆)
원현린 주필
이제 웬만한 뉴스는 충격으로 다가오지도 않는다. 하기야 전직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총리와 장관급에 해당하는 고위층 인사들이 줄줄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거나 임명 전 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비리가 드러나 사퇴하곤 하는 사례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일 게다.
이들을 통해 병든 우리 사회 단면도를 보는 것 같아 자괴감을 감출 수가 없다. 건전한 사회로의 길은 멀어만 보인다.
이러한 와중에 김명수 대법원장의 관사 호화 리모델링 공사 문제가 커다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그것은 김 대법원장이 춘천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중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되자 강원도 춘천에서 버스를 이용, 소탈한 모습으로 상경하는 이미지를 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시외버스를 타고 서울종합터미널로 이동했고, 이어 지하철을 타고 수행원도 대동하지 않은 채 대법원에 도착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후보 시절 검소한 행보로 시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대법원장이었기에 시민들에게 미친 충격 파장은 크다. 잔뜩 기대를 걸었던 많은 국민들은 실망감을 감내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을 게다. 당시 드러난 서민적 모습이 보여주기식 연출이었다면 사법부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관사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호화판으로 수리되는 것을 알고도 막지 않았다면 그의 수신(修身)정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법부의 수장 직책을 남은 임기 동안 과연 성실히 수행할 수 있을까? 하고 시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호화롭게 살려고 대법원장 자리에 올랐는지 묻고 싶다.
대법원은 법원조직법상 최고법원이다(제 11조).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일반사무를 관장하며, 대법원의 직원과 각급 법원 및 그 소속 기관의 사법행정사무에 관해 직원을 지휘·감독한다(제13조).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이처럼 막중한 자리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의 관사 리모델링 비용이 무려 석재 공사비만도 8억여 원이 사용되는 등 16억여 원이 들었다는 것이다. 호화 수선 공사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로남불이라는 용어도 식상하다.
이런 거액의 돈을 대법원장 관사 담장과 지붕 등 집 수선에 사용하고 있다 하니 허탈감이 느껴진다. 말할 것도 없이 집이 낡아 사용 불가 정도가 되면 수리해야 마땅하다.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니 국고 낭비와 탕진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대표자리다. 그 직책이야말로 청렴(淸廉)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자리다. 부(富)의 상징이 돼서는 결코 안 되는 자리다.
대법원장 임기는 6년이다. 김 대법원장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기껏해야 그 짧은 세월이라도 호화판 저택에서 그토록 살고 싶었는지.
세상의 모든 부류가 불의와 타협한다 해도 사법부만은 독야청청 (獨也靑靑) 해야 한다. 이번에도 사법부는 대법원장 관사를 고급 이탈리아산 석재를 써가며 호화롭게 대수선했다 한다. 이렇듯 왕왕 물의를 빚곤 하는 사법부다. 자기 반성과 함께 새롭게 거듭나는 사법부를 시민들은 보고 싶다.
우리는 흔히 신뢰하던 사람이 배신을 할 때 "너마저!"라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대법원장 관사가 호화롭게 꾸며지고 있다는 소식에서 국민들은 "대법원장, 너마저!"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너진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
가인(街人) 김병로(金炳魯)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대법원장 재임 동안 사법부 밖에서 오는 모든 압력과 간섭을 뿌리치고 사법권 독립의 기초를 다졌다. 가인에게 있어 사법권 독립과 재판의 독립성은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절대명제였다.
세태의 변전에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곧은 절개는 오늘날에도 후인들에게 깊은 감명과 교훈을 주고 있다고 가인을 아는 각계 인사들은 평하고 있다.
강직한 성품과 청렴성으로 오늘도 모든 법조인의 사표(師表)로 추앙을 받고 있는 가인의 사자후(獅子吼)가 다시 한 번 귓가에 쟁쟁하게 들려온다. "정의를 위해 굶어 죽는 것이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수만 배 명예롭다."
기호일보
2019.11.13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