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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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11.26)
/원현린 칼럼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
인천은 항구도시다. 연안바닷가에 나가보면 포구도 많다.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소래포구, 북성포구, 만석부두를 비롯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아도 찾아갈 수 있는 명소가 많다. 불과 몇 십 분이면 얼마든지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인천대교가 개통되면서 영종도도 가까워 졌다. 대교를 승용차로 달려가면 쉽사리 인천앞바다 곳곳에 줄지어 있는 섬에 갈 수가 있다. 어촌에 가면 고깃배가 포구에 정박해있는 광경들이 눈에 띤다.
배는 물이 없으면 뜰 수가 없다. 배가 제 역할을 하려면 물을 만나야 한다. 며칠 전 인천대교를 달려 영종도에 간적이 있었다. 찾아간 곳은 을왕리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였다. 필자가 찾았을 때는 바닷물이 쓸려 나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는 황량한 갯벌이 펼쳐져 있었다. 그 곳에서 필자의 눈에 들어 온 것은 갯벌에 덩그러니 얹혀 있어 도저히 뜰 것 같지 않은 절망적인 초라한 어선 한척이었다.
바다는 지구와 달이 서로 당기는 힘에 의해 밀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들어오고 썰물 때가 되면 바닷물이 나간다. 나갔던 물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밀려들어 갯벌을 뒤덮는다. 바다는 만경을 이룬다. 필자에게 목격된 그 배는 당시에는 갯벌에 얹힌 신세가 됐지만 곧 바닷물이 들어와 출항하여 너르디너른 큰 바다로 나아갔다.
그 배가 물에 뜰 수 있었던 것은 밀물 때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배는 이렇듯 물이 있어야 비로소 선박으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구와 달이 사라지지 않고 바닷물이 마르지 않는 한 이렇게 바다는 고조와 저조를 반복한다.
해마다 대학입학 시험 시기만 되면 합격과 불합격으로 희비가 엇갈린다. 이제 수능 성적 발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수능성적 발표를 기다리는 초조한 마음들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당락을 놓고 혹여나 전정구만리 같은 인생을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학생이 있지나 않을까 심히 우려 된다. 이따금 심한 스트레스로 빗나간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다고 한다. 기다리지 못하고 급한 성미로 말미암아 인생을 망치는 예를 우리는 왕왕 보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단체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수능이 끝난 고3수험생들을 위해 스트레스를 풀라며 영화 상영 등 갖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다.
중학교 3학년 학생들도 외고, 국제고, 과학고 등 특목고에 진학하느냐, 아니면 인문계를 가야하나 전문계를 가야하나를 놓고 저울질 하며 고입원서를 쓰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모두가 다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게 하질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상당수의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해 좌절하곤 한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는 필자가 위에서 언급한 모습과 같은 갯벌위에 얹힌 나룻배 한척이 그려진 그림을 사무실 벽에 평생을 걸어두고 좌우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 그림은 초라한 배 한 척으로 영원히 뜰 것 같지 않은 배 그림이었다. 유명화가가 잘 그림 그림도 아니었고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도 없었던 그림이었다 한다. 하지만 그 그림 밑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
이를 굳게 믿고 기다린 카네기는 성공했다는 이야기이다. 참고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 누구에게나 밀물 때가 온다. 다만 이 밀물 때를 기회로 잡은 사람은 성공을, 그렇지 못한 사람은 실패를 한다. 한번 실패를 했다하여 실망하거나 낙담해서는 안 된다. 또 다시 밀물 때가 온다.
그러잖아도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있는 한국국민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기다릴 줄을 모른다고 한다. 카네기는 진득하게 기다릴 줄 아는 기다림의 철학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민족은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하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다릴 줄 아는 민족이다. 젊디젊은 청소년 학생들이다. 물 빠진 갯벌에 얹혀있는 나룻배처럼 언젠가 뜰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밀물 때를 기다렸으면 한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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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1-25 18: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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