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오광철(53회)의 전망차/절망의 벽을 타고(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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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12.14)
오광철의 전망차 /
절망의 벽을 타고
옛날 그리스에 히스톤이라는 아름답고 착한 처녀가 있었다. 부모님이 정해준 약혼자가 있었으나 한번도 그의 얼굴을 본일은 없었다. 전쟁이 나자 모든 남자가 전쟁터에 나갔는데 약혼남은 돌아오지 않았다. 여러해 뒤 싸움터에서 돌아온 남자들은 서로가 약혼남이라고 했으나 히스톤은 단 한번 담장 옆을 지나가는 그림자를 본일이 있는 키가 큰 약혼남이 아니라며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했다. 결국 약혼남을 기다리던 히스톤은 죽었으며 자신을 담장 옆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그후 그녀가 묻힌 자리에서 덩굴이 돋아 키큰 약혼남을 찾으려는듯 자꾸만 높이 올라갔다.
붉은 벽돌의 오래된 집에는 으례 담쟁이 덩굴이 기어올라가느라 붉고 푸른 모습이 고풍스럽고 보기에도 좋다. 이런 건물 안은 한여름에도 시원스럽다. 자연이 열을 차단해 주기 때문이다. 담쟁이는 포도과에 속하는 낙엽성 덩굴이다. 포도과인 만큼 잎이 포도나무잎 같고 가을에는 머루 같은 작은 송이 열매가 달려 포도나무과임을 입증한다. 담쟁이 덩굴에는 줄기에 낙지처럼 달라붙는 흡착근이 있어 담벼락이건 바위 언덕이건 잘 올라붙는다.
앞에서도 말했듯 담쟁이는 벽돌이나 콘크리트담장을 가리는 용도로 많이 심는데 근래 아파트 주변에 많이 심는다. 담밑을 비집고 심어 앙상하게 어린 덩굴이 쉽게 뿌리를 내리는듯 어느새 높이 자란다. 씨를 뿌리기도 하지만 줄기를 잘라 삽목을 해도 잘 자란다. 물론 관상용이나 더러 약용하기도 한다. 한방에서 지혈 골절로 인한 통증등에 쓰인다고 한다. 줄기에서 달착지근한 즙액이 나와 일본에서는 설탕이 나오기전 감미료로도 사용했다고 한다.
경인고용지원센터가 운영한 실업의 벽을 극복하는 ‘담쟁이 특강’을 책으로 엮어냈다. 올 한해 참가자의 소감문 강의안 등이 담긴 내용이라고 한다. 도종환 시인의 시 ‘담쟁이’를 모티브로 한 특강으로 구직자들에게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기획이다. 도 시인은 ‘담쟁이’에서 이렇게 읊었다.
‘물 한방울 없고/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12-13 17:3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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