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녹명(鹿鳴)-사슴이 우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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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11.12)
원현린 칼럼 /
녹명(鹿鳴)-사슴이 우네-
사슴은 먹기 좋은 풀을 발견하면 혼자 먹지 않고 청아한 울음소리를 내어 동무들을 불러 모아 사이좋게 함께 풀을 뜯어 먹는다고 한다. ‘유유록명, 식야지평’-메에~메에~! 사슴이 울며 들판의 다북쑥을 먹는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이 숙식하는 데는 집 한 채면 족하다. 국세청 집계에 따르면 집을 11채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 9천165명에 이른다. 6채 이상 10채 이하는 1만4천81명, 5채는 5천896명, 4채는 9천217명, 3채는 1만6천61명이라 한다.
가히 대한민국이 부동산 공화국이라 불릴 만하다. 필자는 언젠가 본란에서 ‘부동산 광풍과 국파산하재’라는 제하에 수백 년 내려오면서 가진 자의 의무를 다한 경주 최부자집의 가훈 -▲재산은 1만석 이상을 모으지 말라. -지나친 욕심은 화를 부르기 때문이다.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지 말라. -생활이 곤궁해 싸게 내놓은 남의 전답을 헐값에 사면 원한을 사기 때문이다. - 라는 등의 문구를 인용, 지나친 부동산 투기 열풍을 ‘광풍’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경계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은 관계로 살집이 없어 야단이다. 해마다 주택을 숱하게 지어대도 모자란다 한다.
돈 있다하여 아파트를 10채 이상 지니고 있는 시민만도 2만 명이 넘는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넓고 넓은 세상에 깃들일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며 집시인생을 살아가는 시민이 많다. 여전히 무주택 서민이 많은 나라이다.
착실하게 돈을 벌어 임대사업을 할 목적으로 주택을 다량 보유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나무라자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싼값에 월세나 전세를 놓아 선업을 쌓는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는 고리대금업에 다름없다 하겠다.
자비(慈悲)라는 말이 있다. 불쌍히 여긴다는 의미의 자(慈)와 동정·공감·함께 슬퍼한다는 뜻을 지닌 비(悲)가 합쳐서 된 말이다. 남이 아프면 나도 아파해야 하고 이웃이 배가 고프면 나도 배가 고픔을 느껴야 한다.
‘산저갈분식(山猪葛分食), 우마초분식(牛馬草分食)’ - 산속의 멧돼지도 칡을 나눠먹고, 들판의 소와 말도 풀을 나누어 먹는다.- 라는 말도 있다. 한갓 산짐승과 들짐승들도 이렇듯 먹이를 나누어 먹을 줄 아는데 유독 인간들의 욕망만이 끝이 없다.
재화는 유한한데 욕망은 무한하다. 내가 하나 더 취하면 남이 그 만큼 가질 수가 없다. 가장 경제원론적인 말이다. 그러잖아도 우리사회는 사회양극화에 따른 갈등비용이 너무 크다.
물욕(物慾)을 채우고 또 채워도 만족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한 집단이 모두 다 잘 사는 길은 최대다수가 최대 행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최소인의 최대불행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여전히 쪽방촌 사람들의 애환을 담은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에 보도되곤 한다.
필자가 언젠가 한 시험을 보는데 문제 책형이 ‘수분지족(守分知足)’이라 하여 4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합격하더라도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라는 경구(警句)다.
나눔의 철학은 굳이 재산의 85%를 자선사업에 기부하여 세계를 놀라게 한 미국의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의 아름다운 기부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실천해야 할 덕목이다.
더불어 사는 데에는 최소한의 법칙이 있다. 나눔의 법칙이 그것이다. 인생에는 왕복표가 없고 수의(壽衣)에는 주머니가 없다. 욕심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오늘도 사람들은 더 많은 재물을 소유하려 한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 그것은 반칙이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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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1-11 19: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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