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종설(70회) 교육의 눈/다름의 미학(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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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11.17)
교육의 눈
/최종설 인천시교육청 기획관리국장
다름의 미학
세상만물이 모두 다른 것은 하느님의 신비요, 기적이다. 세계 수십억 사람들의 모습이 완전히 똑같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만약에 모든 만물이 아니,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 똑같고, 생각과 능력이 모두가 똑같다면 이세상은 지옥이 될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모두 다 천사라면'이라는 노래에서처럼 세상이 천국이 되고, 화목해지고, 눈물이 사라지겠는가.
반대로 재미없고, 살맛 안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외모뿐만이 아니라 성격이나 능력 등 모두가 다르다. 그래서 사람은 백인백색이다. 다르다는 것은 같지 않은 것이다.
같은 나라 같은 민족도 다른데, 더욱이 다른 나라, 다른 민족과는 생김새는 물론 문화도 많은 차이가 있다. 이렇게 다름으로 인해서 이 세상의 질서가 유지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60조 이상의 세포로 조직되어 있는 사람의 몸이 성장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서로의 다름을 인식하고, 자기역할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많은 세포가 모여 하나의 몸을 만들듯이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이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내가 나 다운 것은 남과 다르기 때문이고, 그것이 나의 존재 이유인 것이다. 자신의 개성은 다름에서 오는 것이다. 남과의 다름을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요, 블루오션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요즘 세상은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다름을 헤집어 구별하고 시기, 질투하며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공격하여 파괴시키려 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이웃을 거부하고, 다르다는 것을 부정하면 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장이 되고, 결국 멸망하게 된다.
다르다는 것은 나와 덜 닮은 것이고,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것이지, 틀리다는 것이 아니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음악에서도 음계가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로 다르게 되어 있어, 아름다운 명곡을 만들 수 있고, 무지개가 아름다운 이유도 빨, 주, 노, 초, 파, 남, 보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아름다운 것도 다름과 다름이 만나서 하모니를 이루기 때문이다.
보통 우리는 '틀리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틀리다'라는 말은 셈이나 사실 따위가 어긋나거나 옳지 않다, 또는 바라거나 하려는 일이 순조롭게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내 생각과 내 성격과 내 스타일과 다르다고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가 맞는 말이다.
'다르다'라는 것은 비교가 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거나 보통의 것보다 두드러진 것이다.
틀리다는 어떤 기준을 정하고 그것과 옳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동사이고, 다르다는 기준을 정하지 않고 두 대상을 비교하는 형용사이다.
그래서 틀리다의 반의어는 '맞다', '옳다' 이고, 다르다의 반의어는 '같다'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말하는 것은 나를 기준으로, 나를 중심으로 해서 내가 만들어놓은 틀에 다른 사람을 비교하기 때문인 것이다. 나의 생각과 틀이 절대적이라고 맹신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취향을 나에게 맞추기 때문에 '틀리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백, 너는 흑이라고 단정을 지어놓고 '틀리다'고 외치면서 흑과 백만이 존재하는 삭막한 세상에 살고 있지는 않은지. 흑백이론으로 수많은 다름에 덧칠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고,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하고 개개인마다 독특한 개성으로 넘치는 세상, 나를 표출하기가 어렵지 않은 세상,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서로서로 조화롭게,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발전해가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서로의 다름을 만져주고 보듬어주고, 안아주는 것이 인생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아닌가 생각한다.
종이신문정보 : 20091117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11-16 오후 8: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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