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사상누각(砂上樓閣)의 교훈(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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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11.19)
원현린 칼럼 /
사상누각(砂上樓閣)의 교훈
미국에 가면 뉴욕 맨해튼을 들르라 한다. 하늘을 치솟는 마천루 숲이 장관이다. 지금 인천에서는 한국의 뉴욕이라 하여 송도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이따금 둘러보면 하루가 다르게 빌딩들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건물은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모래위에 지어진 건축물은 오래 버티고 서 있을 리 만무하다. 이를 사상누각(砂上樓閣)이라 부른다.
매사 바쁘다하여 서두르다가는 대사를 망친다. 지난 노태우정권 당시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하루아침에 200만호 건설을 목표로 정해 달성한 적이 있다. 상당수 건설현장에서 염분이 함유된 바닷모래를 제대로 세척도 하지 않은 채 사용했다. 철근에 소금기가 닿으면 부식되는 것은 상식이다. 건물의 뼈대라 할 수 있는 철근이 부식되면 그 건조물은 수명이 오래가지 못한다. 어쩌다 적발되면 업자 몇 명이 처벌을 받는다. 그렇다고하여 축조된 건축물을 철거하는 예는 드물다. 부실한대로 그대로 시민에게 분양되고 만다. 피해자는 결국 시민들이다. 졸속행정의 한 예다.
부산사격장 화재참사가 나라의 위신을, 신용도를 추락시켰다. 일본은 한국의 안전 불감증에 진저리를 쳤다. 그동안 일본인 관광으로 특수를 누리던 우리의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부존자원도 없는 나라다. 관광은 굴뚝없는 산업이라 하여 각 나라가 관광 상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산업이다. 관광산업으로 외화를 벌어들어야 하는 우리다.
천재지변도 아닌 인재(人災)로 인한 끔찍한 참사사고를 언제까지 겪어야 하는지 화가 난다. 언제나 말 뿐이다. 이번에도 국무총리와 관계부처, 관계 기관들은 전에 녹음했던 녹음기를 또 다시 틀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철저히 조사를 하여 원인을 밝히겠다.”
소방당국은 이를 계기로 재래시장 소방점검에 나선다느니 하고 부산을 떤다. 무너지고 또 무너져도 사상누각의 교훈을 기억하지 못하는 우리가 아닌가 한다.
안전 불감증이 극에 달한 우리다. 건설현장마다 공기단축을 몰아 붙이고 있다. 건설회사 사장도 현장소장도 건물주인도 모두가 다 급하다한다. 자연 대충 대충이 통한다. 대형 건축물은 다중이 집합하는 장소이다. 그 결과는 너무도 참혹하다. 터졌다하면 당연히 대형인재사고다.
세인들로부터 잊혀져가고 있지만 기억에 남는 몇몇 사고를 열거해 본다. 와우 아파트 붕괴사고(1970년), 대연각 호텔 화재사고(1971년), 반포아파트 폭발사고(1977년), 신행주대교 붕괴(1992년), 부산 구포 열차사고(1993년), 목포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1993년), 서해 페리호 참사(1993년), 성수대교 붕괴(1994년), 충주호 유람선 화재(1994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1995년), 인현동 호프집 화재참사사고(1999년) 등과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대구지하철 참사사고(2003년)는 우리에게 안전 불감증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 크고 작은 사고는 많았다. 이루 열거 할 수가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일언이폐지왈(一言以蔽之曰) 안전불감증(安全不感症)의 나라다.
도심의 오래된 건축물들도 낡은 전기배선 등으로 얽히고 설키어 있다. 시장으로 통하는 소방진입로가 막혀있다. 대형사고가 예견되는 곳들이 한 두 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냥 지나친다.
국민소득이 높다고 선진국이 아니다. 시민의 선진의식, 국가의 위기관리능력 등등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갖추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천년고도 로마나 중국에 가보면 찬란한 문화유산이 부럽기까지 하다. 그들 나라의 후손들은 조상이 남긴 유적, 관광유산으로 잘 먹고 잘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후손들은 과연 얼마나 오랜 동안 조상들이 모래위에 축조한 건축물에 자랑과 긍지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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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1-18 18: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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