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정체적 혼란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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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10.23)
조우성의미추홀 /
정체적 혼란
최근 모 지(某紙)의 기자가 인천지역의 공공연한 비밀을 칼럼에 대차게 써 내 화제가 되었다. 말인즉 '인천서는 인천사람들이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외지인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는 데 공감치 않을 수 없었다.
글로벌 시대에 웬 잠꼬대 같은 소리냐고 할 이들도 있겠다. 그러나 인천 태생이거나 이주해 와 살면서 인천사람이 된 이들은 소외당하고, 연고도 없는 외지인들 상당수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숨김없는 사실이다.
글을 읽다보니 태어나기만 했지 평생 인연을 끊고 타지에서 활동하며 권부와 영화 혹은 명예를 한 몸에 누렸던 정계, 관계, 학계, 연예계, 예술계 스타들이 늙어 '내 고향이 인천입네'하며 찾아드는 씁쓸한 꼴도 떠올랐다.
문제는 이 좁은 땅덩이 어디서 태어났는가가 아니다. 그가 얼마나 '제가 밥 빌어먹고 사는 지역에 헌신해 왔는가'이다. 어쩔 수 없이 인천서 살면서 자나 깨나 '금의환향(錦衣還鄕)'만 꿈꾸는 이들은 인천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아직도 지연(地緣), 학연(學緣), 혈연(血緣)에 목을 매고, 거기다 한 술 더 떠 인천서 태어나 '인천사람'이 된 2세들에게 '네 고향은 인천이 아니다'고 강요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영원한 정체적 방랑자일 뿐이다.
프로야구 4차전이 문학구장에서 펼쳐졌는데 SK와 KIA의 응원전이 막상막하였다는 보도다. 승패를 떠나 문학구장이 어느 팀의 홈구장인지 분별이 안 갔다는 후일담이었다. 인천의 정체적 혼란을 곱씹게 하는 대목이다. '이방인들의 고향' 인천에서만큼은 '지역색'이 치유되리라 믿었던 게 순진한 판단이었을까.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1023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10-22 오후 10: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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