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열 살에 도둑질 할 줄 아는데…”(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신문(09.10.29)
원현린 칼럼 /
“열 살에 도둑질 할 줄 아는데…”
중국 남제의 공수지가 오현 현령을 지낼 때의 일이다. 열 살 난 소년이 이웃집 벼 한 다발을 몰래 베었는데 공수지는 그를 체포하여 옥에 가두었다. 주위에서 어린 아이니 좀 봐주라고 간하는 이가 있었지만 공수지는 단호히 말했다. “열 살에 벌써 도둑질 할 줄 아는데 그냥 뇌두면 나중에 커서 무슨 짓을 못할 것인가”하고 죄를 엄히 다스렸다.
그제 저녁부터 TV뉴스 시간에 10대로 보이는 청소년이 길가는 어린이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뒤에서 발로 차 쓰러트리는 모습이 방영됐다.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붙잡아 엄히 처벌해야 한다며 흥분을 했다. 보나마나 뻔하다. 검거하여 법정에 세우면 판사는 “초범에다 돌발적으로 저지른 행위이므로 처벌하여 전과자를 만드니 보다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 게다가 지금 크게 뉘우치고 있다”하고 풀어줄 것이다. 여기서 범인의 부모가 세도가이거나 재벌가라면 그 보다 더한 행위를 했어도 아무 일 없었듯이 풀려날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우리나라 재판일게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바늘도둑 소도둑 된다’라는 말이 있다. 행위자가 어리다하여 동정심에서, 약한 사랑에서 봐주다가는 그 아이는 더 큰 죄악의 길로 갈 수 있다.
기원전에 만들어진 이집트 옛무덤에서 발견된 상형문자를 해독해보니 “요즘 젊은이들 버릇없다”라는 말이 나왔다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동양에서도 예부터 ‘버릇없는 아이’ 소리가 있어 왔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범죄라기 보다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예의범절을 지킬 줄 모른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제 그 버릇없음은 폭력을 동반한 범죄 행위가 되었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인천지역 중학교에서 일어난 전체 사고 중 폭력사고가 43.3%에 해당하는 571건을 차지해 학교 폭력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갈수록 연령이 낮아지고 흉포화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의 흉악사범 통계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 흉악범죄 사범은 2006년 1천857명에서 2007년 1천928명, 2008년 3천16명으로 2년 새 1.6배가 증가했다. 흉악범죄 중 소년범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06년 12%에서 2008년 15.1%로 늘었다. 지난해 청소년 흉악범죄를 유형별로 보면 살인은 전체 사범 989명 중 12명으로 1.2%, 강도사범은 1천226명으로 전체 4천39명의 30.4%를 차지했고 방화사범의 경우도 전체 1천443명의 13.1%에 해당하는 189명이었다.
현대인은 환경의 아들이다.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가정과 주위의 환경이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 급속히 진행된 핵가족화로 생활양식이 바뀌면서 1차 교육이라 할 수 있는 가정에서의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졌다. 사회 환경도 문제다. 각종 폭력장면 등 비행을 담은 영상물이 넘쳐나면서 주위의 환경은 온통 청소년 유해환경으로 변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유로울 만큼 우리 청소년들은 성숙되지 못했다. 질풍노도의 세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있어서는 큰 고욕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들이 홍역 아닌 홍역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한 때의 유혹을 떨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폭력서클에 몸담았던 한 학생의 이야기다. 매사 때가 있는 법이다. 봄에 씨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둘 수 없는 것이 정한 이치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한창 나이의 우리 학생들이 학문에 힘써 곧게 자라도록 모두가 공들이지 않으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사회는 몇 갑절의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이미 가정과 학교 곳곳에서는 청소년의 비행이 위험수위를 넘어서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들 한다. 심한 경우 가정도 학교도 포기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일부 부모의 과보호와 약한 사랑이 한 아이를 망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단순히 다듬어지지 않은 버릇없는 행동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행위의 유형과 질이다. 여기서 행위라 함은 범죄행위이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인천신문
i-today@i-today.co.kr
입력: 2009-10-28 18:53:08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