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약속 (約束)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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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10.30)
조우성의미추홀 /
약속 (約束)
영호남의 막중 판세 속에 충청세가 캐스팅보트를 쥐자 전전(前前) 대통령이 내각책임제를 내세워 그 표를 몰아 쥐었다는 것은 아는 바와 같다. 그러나 퇴임 때까지 김종필씨가 권력을 분담받은 실세라고 믿었던 이는 없었다고 본다.
전(前) 대통령은 충청권에 전임자보다 더 큰 배팅을 했는데 그것이 행정수도 이전이란 약속이었다. 캐스팅보트의 위력을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었다. 그런 점에서 세종시는 국토 발전의 불균형 해소 차원이 아니라 정치적 소산물이었다.
지난 여름 필자는 사적인 일로 호남고속도로를 모처럼 달려 보았다. 무려 10여분 동안이나 혼자였는데 논밭 저 너머로 무안국제공항이 거대 몸집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치비용치고는 너무 호된 값을 국민이 치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적 이득을 취하고자 권력자들이 만들어 낸 만년 적자 지방공항이 한 둘이 아니고, 놓지 않아도 될 다리를 논 것도 각처에 부지기수인데 충청표를 놓칠 수 없다며 아예 수도의 일부를 떼 주겠다고 했으니 사단이 날밖에 없던 것이다.
이 천재일우 같은 기회를 놓칠세라 충청권은 충청권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여당의 일부 인사는 인사대로 제 몫 챙기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통일 후 남쪽에만 수도가 두 군데 있다는 불균형은 더 큰 혼란과 통일 비용을 요구할 게 뻔하다.
'약속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박근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소설가 이문열 씨가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것을 지금 걱정하는 사람들도 포퓰리즘에 편승하기 위해 동의해 줬다"는 말에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 같다. 전제가 틀린 약속에 동의했거나, 약속이니까 지켜야 한다는 정치권 모두에게 비애를 느낀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1030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10-29 오후 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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