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최용표(57회) 칼럼/지자체가 주도하는 환경파괴(퍼온글)
본문
퍼온곳 : 인천일보(09.10.20)
지자체가 주도하는 환경파괴
/최용표 칼럼
환경보전은 교육문제와 더불어 시민의 생활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분야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쾌적한 자연환경을 물려주기 위해서도 환경보전은 주요 과제다. 그럼에도 민선단체장이 당장의 재정적 수입만을 고려한 과욕으로 무분별하게 개발을 허용, 궁극적으로 시민의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가 환경파괴에 앞장서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천 송도11공구 매립사업, 롯데건설의 계양산 골프장사업, CJ그룹의 굴업도 개발사업, 강화조력발전개발사업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송도 11공구는 고잔갯벌로 송도에 남은 마지막 갯벌이다. 715만6천㎡(2백16만8천평)에 이르는 갯벌이 매립돼 사라지면 갯벌을 터전으로 조개캐기로 살아가는 영세어민들이 생계를 잃는다. 소래포구로 들어가는 해로폭이 좁아져 포구를 이용하는 소형어선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는 명백한 생존권 침해다. 환경파괴도 심각하다. 이 갯벌은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희귀조류의 서식지다. 인천시가 람사르총회 개최국으로서 습지파괴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시민들의 반대에도 10년이 넘도록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롯데건설의 계양산 골프장 건설사업이 지난 9월말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시설결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에 따른 입목축적조사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계양산은 인천의 진산(鎭山)이다. 녹지밀도가 높고 자연상태가 잘 보전돼 있어 많은 시민들이 찾는다. 3년전 계양산 북쪽자락의 5천여평에 수목이 빽빽히 들어서 울창했던 곳의 유실수, 조경수 수천그루가 뿌리째 뽑혀 없어졌다. 임야를 불법 형질변경한 혐의로 롯데그룹회장을 고발했으나 흐지부지됐다.
천혜의 자연사박물관으로 불리는 굴업도 역시 환경파괴의 시련에 직면해 있다. 굴업도는 특이한 해식지형으로 문화재청으로부터 천연기념물 지정절차를 밟고 있다. 굴업도에는 검은머리물떼새, 매, 먹구렁이, 애기뿔소똥구리, 왕은정표범나비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개발보다 보전이 더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섬 전체를 사다시피한 CJ그룹이 자사 소유라 해서 개발하겠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지만 대기업이 생태계를 보존하자는 지역사회의 여론을 무시하고 이윤만 쫓으려하는 것은 너무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인천강화조력발전사업도 환경을 죽여 재생에너지를 얻고자하는 환경파괴 행위다. 강화 남단갯벌은 '람사 사이트'지정을 추진할 정도로 환경적 가치가 높다. 갯벌의 생태환경적·문화적·사회적 가치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눈앞의 이익 때문에 환경을 파괴하고 오염시켜 결국 그 피해를 당하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후회하게 된다
우리는 산과 바다, 대기 등 자연을 무참하게 파괴하고 망가뜨린 대가로 자연의 보복을 받고 있다. 자괴와 반성을 통해 우리의 망가진 산하를 되살리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 경제논리만으로 시민의 ??의 질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무분별한 환경파괴에 따른 부작용과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개발사업이 당장 지자체의 수입증대를 가져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으나 시민 전체의 ??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 환경의 희생 위에 개발과 성장을 추구하겠다는 발상은 세계적 추세에도 배치된다. 지금 선진국들은 환경을 국부의 원천으로 보고 자연의 사용 개념을 수정하는 흐름이다. 환경과 개발을 양자택일의 관점에서 보던 구시대적 발상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
인천시가 지금까지 보여 온 환경 경시의 자세에 비춰볼 때 그럴듯하게 내세우는 명품도시, 미래도시는 허울 뿐이다. 녹색환경도시 실현을 위해선 시민들도 노력해야 하지만 자치단체장이 환경문제에 적극 대처하고 훼손된 자연환경을 복구하고 개선하는데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한다.
/최용표 주필
종이신문정보 : 20091020일자 1판 19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10-19 오후 10:06:27
댓글목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