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조우성(65회)의 미추홀/'미디어 왕국'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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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일보(09.10.26)
'미디어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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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성의 미추홀
일본인 2세 미국 여성 토구리 이쿠코(戶栗郁子)는 할머니를 문병하기 위해 일본에 갔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NHK에서 연합군 대상 선무(宣撫)방송을 맡는다. 그녀가 맡았던 방송 프로의 이름은 '영시(Zero Hour)'였다.
그녀의 매혹적인 목소리를 들어온 참호 속의 병사들은 그녀를 '도쿄 로즈'라 불렀다고 하는데, 전후 심리전 연구 학자들은 '영시'가 연합군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고 했다. 단파 방송이 위력을 발휘했다는 얘기다.
'미국의 소리(VOA)'가 워싱턴에서 첫 전파를 발사한 것은 1942년 2월 24일이었다. 한국어 방송은 그해 8월 29일부터 시작했다. 특히 '자유의 종은 울린다'는 프로는 일제에 신음하던 동포들에게 복음 같았다고 한다.
같은 해 6월 13일 "나는 이승만입니다"로 시작하는 이 박사의 방송은 듣는 이들에게 전율을 느끼게 했다는 게 '단파방송 사건'의 주역이었던 방송 1세대들의 전언이었지만, 단파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라디오가 엄청나게 비싼 이유도 있었지만, 전리층에서 반사된 전파가 순식간에 지구촌 곳곳에 도달하는 특성을 이용해 각 국에서 스파이용 통신장비로 사용하고 국민들에겐 소지 자체를 금지했던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경찰국가만이 이를 통제하고 있다. 그러나 품질이 나빠서 어느 나라건 국내용으로는 사용치 않는데 인천시가 '송도' 일원에서 단파방송을 할 예정이라는 보도다. 위성라디오 시대에 웬 국내용 단파인가 싶다. 미디어 현실은 전국 최하위권인데 시(市) 자신만이 '미디어 왕국을 꿈꾼다'니 황당하다.
/객원논설위원
종이신문정보 : 20091026일자 1판 15면 게재
인터넷출고시간 : 2009-10-25 오후 10: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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