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오피니언
원현린(75회) 칼럼/장발장 양산을 경계한다(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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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곳 : 인천신문(09.10. 8)
원현린 칼럼 /
장발장 양산을 경계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레 미제라블’은 가난과 굶주림으로 인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오랜 세월 감옥 생활을 해야 했던 주인공 장발장의 이야기를 다룬 프랑스 소설이다.
“빵 한조각 만이라도 먹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 구석의 헛간에서 하룻밤만 묵어 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당신은 바로 소문의 장발장? 썩 꺼져 버려! 그렇지 않으면 쏴 버릴 테니까!” 죄를 지어 오랫동안 수형생활을 하고 나온 장발장은 이렇게 물 한 모금도 얻어먹지 못하고 가는 곳마다에서 문전박대를 당했다.
심한 피로와 배고픔으로 지쳐 있었다. 그러다 길가에 이어져 있는 어느 정원에 딸린 조그만 헛간을 발견하고는 그 곳으로 숨어들어 갔다. 그 안은 생각보다 따스했고 촉감 좋은 짚이 푹신하게 갈려 있었다. 피로가 극에 달해 꼼짝할 수도 없었다.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갑자기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개가 헛간 입구에 버티고 서서 금방이라도 달려들듯이 노려보고 짖어대고 있었다. 개에게 물어뜯길 것 같은 공포심에서 그는 헛간에서 도망쳐 나왔다.
장발장은 죄를 지어 오갈 데가 없어 헤매다가 헛간에서조차 개에게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그는 힘없이 발길을 옮기며 나직한 말로 독백을 했다. “아아, 나는 개만도 못한 인생이란 말인가!”
순간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상황은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주위에서 보면 순간의 잘못으로 평생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예가 왕왕 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경제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한다. 경찰이 내놓은 자료가 이를 명확히 입증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위에 예로든 장발장의 양산을 막을 수가 없게 된다. 경찰청의 ‘주요 경제범죄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8년에 인천에서 사기 7천487건, 횡령 949건, 배임 153건, 부정수표단속위반 366건 등 모두 8천955건의 경제범죄가 신고됐다. 이는 전년도인 2007년 사기 6천530건, 횡령 899건, 배임 163건, 부정수표단속법위반 271건 등 7천863건보다 14%나 늘어난 건수이다. 여기에 남의 물건을 빼앗거나 훔치는 강·절도를 합치면 엄청난 수치가 될 것이다.
생활고로 인해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택하는 사람들도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실태를 보면 지난 2008년 총 사망자수 24만6천명 가운데 1만2천85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 이유는 질병 등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상당수라 한다.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비버리지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가장 완벽한 사회보장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국가가 국민의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 우리 헌법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죄 지은 사연들을 들어 보면 일응 사정이 딱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엄연한 법치국가이다. 배고프다하여 범죄행위를 허용 할 수는 없다. 법은 생계형 범죄라 해서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 이유는 법적 안정성과 전체적 질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질서가 깨어지면 그 사회는 무정부 상태가 된다.
굶주리는 누나와 7명의 조카들을 먹이기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장구한 세월의 감옥살이를 해야 했던 장발장이다. 소설의 제목 ‘레 미제라블’이 뜻하는 ‘비참한 사람들’ 또는 ‘불행한 사람들’은 되지 말아야 하겠다. 장발장처럼 개만도 못한 인생이라고 한탄해 봤자 때는 늦다.
인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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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0-07 20:3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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